영화 배급사 쇼박스가 LS그룹 창업주 가문의 3세이자 투자자인 구본웅 MCG(Maum Capital Group) 대표의 조력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밑천을 마련한다. 16년 만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MCG의 자회사인 '마음 스튜디오(Maum Studio)'로부터 약 1300억원을 조달한다.
해외 시장 개척 강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콘텐츠 생산·유통, 메타버스(가상현실세계) 제작 등을 염두에 뒀다. 한편 실탄 확충의 여파로 최대주주인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은 상당히 희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쇼박스는 이사회를 소집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운영자금 용도로 1317억원을 조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보통주 형태로 신주 2495만2447주를 발행한다.
주당 발행 가액은 5277원으로 책정했다. 기준 주가인 5736원에 8%의 할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오는 6월 30일 자금 납입을 거쳐 7월 20일에 신주를 상장하는 일정을 짰다.
유상증자로 실탄을 확보한 건 16년 만이다. 2006년 7월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기업공개(IPO)를 진행했다. 당시 188만2640주를 새로 발행해 452억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에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쇼박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눈에 띄지 않았다.
쇼박스의 태동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를 운영하던 미디어플렉스가 설립한 별도법인이 모체다. 미디어플렉스는 1999년에 출범한 기업으로,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다.
쇼박스는 회사 설립 1년 만인 2003년에 미디어플렉스로 합병됐다. 사업 구조를 단순하게 재편하는 취지가 녹아들었다. 이후 지금의 회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단 시점은 2015년이다.
16년 만에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무엇일까.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수익성이 나빠진 만큼, 새로운 사업 밑천을 마련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2017년 말 연결 기준으로 쇼박스의 영업이익률은 10.1%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3.8%까지 낮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12%에서 1.7%로 감소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마이너스(-) 1억5000만원, 2020년 -344억원을 기록하다 작년 255억원으로 양 전환됐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영화 개봉 일정이 잇달아 미뤄지면서 48억원의 투자예수금이 유입되는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3자 배정 대상자로 등판한 마음 스튜디오는 미국계 투자사인 MCG의 자회사다. MCG는 LS그룹 오너가 3세인 구본웅 대표가 설립한 운용사로, 아시아 권역의 콘텐츠 제작·유통 플랫폼 구축을 주요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해외 진출을 촉진하면서 수익원을 키우려는 쇼박스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했다.
쇼박스는 구본웅 MCG 대표를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부의했다. 정관을 고쳐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의안도 올렸다. △NFT를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중개·마케팅업 △광고대행업 △메타버스 관련 기획 및 제작업 등을 명시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주총회는 오는 5월 31일에 열릴 예정이다.
자금 납입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면 마음 스튜디오는 2대 주주의 지위를 꿰찬다. 28.5%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인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은 57.5%에서 41.1%로 희석되지만 지배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의 지분율 역시 0.003%에서 0.002%로 소폭 변동하는 데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