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구 현대카드 최고재무관리자(CFO·
사진)가 사장 승진에 성공했다. 직위 상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위치에 오르게 됐다. 전 사장은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현대카드의 살림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그는 오랜 기간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재무전문가로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주요 자본시장 위기들을 안정적으로 극복해왔다. 올해 역시 금리상승 국면 속에서도 조달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며 현대카드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냈다.
◇경영체제 분리 후에도 정 부회장과 동행…10년째 CFO직 수행 중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일 그룹사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전병구 현대카드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날 전체 임원 승진자 252명 중 사장 승진자는 전 사장을 포함해 단 5명에 불과했다.
전 사장은 이로써 직위상 현대카드 내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정태영 부회장과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의 직위는 부사장이다. 물론 여전히 김 대표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전 사장은 미등기 이사라는 차이점이 있다.
전 사장은 약 10년동안 정 부회장 아래서 CFO를 맡으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전 사장은 1965년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으며 1995년 현대캐피탈이 설립되며 자리를 옮겼다.
2002년 경영분석팀장과 2007년 재무팀장, 2008년 재무운영실장 등을 지냈다. 2011년 현대커머셜에서 경영관리실장, 재경부본부장에 선임됐으며 2013년 현대캐피탈·카드 재경담당 경영지원부본부장(CFO)에 선임됐다. 2017년 재경본부가 신설되면서 재경본부장에 선임됐고 같은 해 전무로 승진했다.
2020년 경영관리부문 대표로 올랐고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영체제가 분리된 시기기도 하다. 현대캐피탈은 이형석 전무를 CFO로 앉히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영권이 유지된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전병구 체제를 이어갔다. 전 사장에 대한 정 부회장의 깊은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무팀장 당시 글로벌금융위기 경험…조달 위기, 포트폴리오 다변화 대응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장 승진에 있어 전 사장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가장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사장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현대캐피탈 재무팀장으로 있으며 일선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현대캐피탈은 씨티은행에서 1억달러 규모의 크레딧라인을 확보하고 회사채 발행 규모를 오히려 늘리는 등 안정적 대응에 성공했다.
2007년 7조6364억원이었던 현대캐피탈의 회사채 평균 잔액은 2008년 10조957억원으로 32.2% 늘어났다. 2009년에도 10조2140억원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전 사장의 역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조달 위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레고랜드 사태 등 변수들로 인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CP 발행 등을 늘리며 유연하게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평균 조달 잔액은 17조4851억원으로 지난해(17조3385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회사채 평잔이 11조2704억원에서 10조6915억원으로 5.1% 줄어들었지만 CP 평잔이 2조721억원에서 2조5266억원으로 21.9% 늘어났다. 현금 및 크레딧라인 잔액도 4조2218억원으로 지난해말(4조1985억원)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지표도 안정적이다. 정상 영업과 조달불가 상황을 가정했을 때 현재 보유 유동성으로 생존가능한 기간은 약 7.2개월로 집계됐다. 지난해말(14.4개월)보다는 짧아졌지만 시장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7.1개월)보다는 오히려 길어졌다.
금융자산 평균 만기 대비 차입부채 평균 만기를 뜻하는 ALM(자산·부채 만기구조 관리)비율은 136.7%로 지난해말(131%)보다 5.7%포인트 개선됐다. 최근에는 일본의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로부터 'A+' Positive(긍정적) 신용등급을 획득하며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채권) 발행의 길을 열기도 했다.
건전성 역시 업계 최고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3분기말 기준 현대카드의 1개월 연체율은 0.63%로 지난해말(0.89%) 0.26%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중 유일하게 0%대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조달과 건전성은 호실적의 기반이 됐다.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 22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2078억원) 대비 8.6% 증가한 수치다. 자회사 매각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롯데카드를 제외하고 전년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승진 배경에 대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발 금리 급등기에도 가계부채 및 조달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올해 현대카드의 영업이익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