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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금조달 점검

조달비용 부담 큰 현대카드, 신용등급 상향으로 반전 맞을까

업계 평균 조달금리는 3%대…'기업계 동료' 삼성카드보다 불리한 조달환경

김보겸 기자  2024-10-02 15:16:25

편집자주

지리하게 이어 오던 고금리 시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소폭 낮아지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회사채 비중은 줄여가며 다양한 조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조달 전략을 들여다 본다.
현대카드는 카드업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다른 금융지주계 카드사처럼 은행계 뒷배가 없는데다 같은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달리 모기업 현대차그룹의 후광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영업 사이즈는 늘리고 있다. 연체율 관리를 업계에서 가장 잘하는 만큼 내실 다지기는 이제 충분하며 영업을 확장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1노치 상향한 만큼 조달비용 부담이 완화될 지도 관심사다.

◇현대카드, 신용등급 격차가 불러온 조달비용 차이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카드채 평균 발행금리는 4.15%를 기록했다. BC카드를 제외한 업계 평균(3.91%)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가 평균 3.77%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것과도 차이가 난다.


신용등급 차이가 조달금리를 가른 모습이다. 지난 3월 현대카드의 한국신용평가 신용등급은 AA인 반면 삼성카드는 1노치 높은 AA+였다. 현대차그룹을 대주주로 두고 있지만 비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라는 공통점에도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보다 불리한 조달환경이다. 삼성카드는 모회사인 삼성생명 지원을 등에 업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내 최상위등급을 받았지만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과의 연계성이 현대캐피탈보다 낮다는 이유다.

지난달 말 발행한 5년물 카드채의 경우 삼성카드 금리는 3.344%였지만 현대카드는 이보다 높은 3.412%를 기록했다. 조달비용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현대카드는 카드채 조달 비중을 늘렸다. 카드채는 올 6월 말 기준 68.6%로 지난해 같은 기간(60.3%) 대비 크게 늘었다. 차입부채 중 11%가 넘었던 기업어음(CP) 비중은 9.2%로 줄었다. CP 잔액 중 89%는 발행만기 1년 이상의 장기조달로 구성돼 있다.

수익성 확보에 시동을 걸면서 영업자산은 늘었다. 상반기 영업자산은 21조8536억원으로 전년 말(21조6948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로 할부 신용판매자산은 줄었지만 카드대출자산 취급을 늘리는 식으로 영업 사이즈를 키웠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자산은 5조3265억원으로 작년 말 4조7762억원 대비 12% 늘었다. 2022년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4조5838억원으로 줄었던 카드론 자산은 증가세다.

공격적 영업에 나서자 순수 영업력과 수익창출력을 보여주는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은 증가했다. 6월 말 4724억원으로 전년 동기(3769억원) 대비 25% 늘었다. 충전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값에 일반관리비를 제외한 수치다. 충당금 환입이나 일회성 매각이익 같은 요소를 제외하고 경상적인 수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조달금리 소폭 내렸지만 차입규모 늘려

충전이익은 늘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5억원에서 2018억원으로 줄었다. 충당금 적립이 늘면서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대손상각비(신용손실충당금)은 26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46억원) 대비 59% 늘었다. 이 중 카드론 항목에서의 충당금 적립이 절반가량 차지했다.

이자비용도 늘었다.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34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670억원) 대비 31% 늘었다. 차입부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카드채 평균 금리는 같은 기간 4.23%에서 4.15%로 소폭 내렸지만, 차입부채 규모는 16조8234억원에서 18조2553억원으로 9% 늘어난 영향이다.

현대카드는 유난히 강도높게 연체율을 관리해 왔다. 여타 카드사들은 6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가 된 채권을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분류해 상각 또는 매각에 나섰지만, 현대카드는 30일만 연체되더라도 곧바로 현대캐피탈에 일괄 매각하는 식이었다. 타사에서 부실채권이 아닌 것도 현대카드에서는 부실로 분류해 처분함으로써 업계 최고 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에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현대캐피탈에 부실채권 매각이 어려워졌다. 개인들의 신용대출 등 개인무담보연체채권이 대부업체 등에 매각돼 과도한 추심에 노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일괄 매각하라는 것이다.

이후 현대카드는 자체적으로 연체관리에 나서고 있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부실채권 매각 대상을 유동화전문회사와 민간금융사 등에 허용하고 있지만 그 사이 현대캐피탈과 경영이 분리되며 현대캐피탈과의 채권관리체계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연체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보강해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카드 신용등급 상향이 이자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카드 신용등급을 기존에서 한 등급 상향한 AA+로 평가했다. 이는 삼성카드와 동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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