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카드사 대표이사 연봉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카드사에서만 연봉을 받는 게 아니라 현대커머셜에서도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승진 이후 매년 꾸준히 5억원 넘는 상여금을 받고 있다.
부동의 연봉 1위 정태영 부회장의 보수를 잠시지만 넘은 이도 있다. 20년 가량 '정태영 1인 체제'를 마치고 각자대표 체제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덕환 대표다. 지난 2022년 돌연 사임하며 18억원대 퇴직금과 함께 회사를 떠날 당시 김덕환 대표의 보수는 26억원대였다. 이는 정태영 부회장(19억4100만원) 보수를 넘는 수준이었다. 4개월 만에 김덕환 대표는 8억원대 연봉으로 현대카드에 복귀했다.
◇부회장 승진 후 상여 비중 20%→30%
정태영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건 지난 2015년 6월이다. 그 해 정 부회장은 17억원대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12억8700만원, 상여는 4억5400만원이다. 사장 시절보다 상여가 크게 늘었다. 승진 이전인 2015년 급여는 12억3300만원으로 비슷했지만 상여가 3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승진 이후 총 보수에서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사장 시절 20%였던 비중은 2016~2017년 비상경영을 지낸 이후 30%대를 넘었다. 2019년에는 총 보수 17억7700만원 중 상여가 5억9400만원으로 33%를 차지했다.
상여를 결정짓는 평가지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대표이사는 회사 손익 목표 달성율과 전사 조직의 정성·정량 목표 설정 달성 수준을 종합 평가해 상여를 지급하고 있다.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상여를 전액 현금으로만 지급해 주목된다. 현대카드는 상장주식이 없어 주식으로의 보상이 어렵다는 이유다. 이는 KB금융지주 주식으로 최고경영자(CEO) 성과를 연계하는 KB국민카드나, 상장사로서 자사주를 연동시키는 삼성카드와는 다른 방식이다. 단 현대카드도 성과급을 지급받는 시점에서의 회사 평가에 따라 상여금을 계산하는 식으로 연결짓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런 계산에 따라 2018년 현대카드에서만 22억57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가 14억9200만원, 상여가 6억3800만원이었다. 기타 근로소득도 1억2700만원이었다.
부회장 승진 이후로는 매년 5억원 이상을 상여로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상여로만 6억8000만원을 받았다. 정태영 부회장이 역대 받은 상여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김덕환 대표, 2022년 한때 퇴직금 포함 26억
각자대표 체제에서는 어떨까. 현대카드는 2021년 4월 정태영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의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 큰 그림을 맡는다면 김 대표가 실질적인 CEO로서의 역할을 하는 구조다. 각자대표에 오른 김덕환 대표는 올 상반기 6억8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는 3억5900만원, 상여는 3억2500만원이었다.
김덕환 대표가 현대카드 카드부문 대표로 입사한 첫 해에는 보수 총액이 5억원 미만이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9년부터 급여와 상여를 더한 총액이 5억원을 처음 넘었다. 2020년에는 6억원대 보수를 받았다. 3년 만에 각자대표로 승진한 뒤에는 보수가 8억원대로 뛰었다. 지난 2021년 받은 보수는 8억3500만원으로 급여가 5억3400만원, 상여가 2억4200만원이었다.
한때 정태영 부회장 급여를 뛰어넘기도 했다. 각자대표를 맡은 지 1년 5개월 만인 2022년 9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다. 그 해 보수는 26억7300만원으로 이 중 퇴직금이 18억원대에 달했다. 퇴직금 16억3600만원과 퇴직위로금 1억4300만원, 임원 퇴직소득금액 한도를 초과해 기타 근로보수로 잡힌 1억900만원을 더한 값이다.
김덕환 각자대표는 4개월 만에 8억원대 보수로 복귀했다. 지난해 1월16일 카드부문 대표로 돌아온 뒤 이내 각자대표 자리에 다시 올랐다.
지난해 김덕환 대표이사 보수는 8억7500만원으로, 급여가 6억5500만원에 상여가 2억11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