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획득했다. 해외 자금조달 채널 추가 확보에 기여한 조력자 중 하나로 현대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전병구 부사장이 꼽힌다.
전 부사장은 글로벌 신용등급 부여받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특히 일본 등 상대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시장으로 조달 통로를 확대하면 금융조달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만큼 카드사 CFO로서 중요한 미션이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일본 신용평가사 JCR로부터 신용등급 A+(긍정적)을 받았다. 투자 적격 신용등급을 획득하면서 엔화 표시채권 발행 통로도 열리게 된다. 이 경우 국내 회사채 금리보다 3%포인트가량 더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현대카드의 해외 신용등급 획득 케이스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현대자동차그룹 금융사들은 그동안 해외 신용등급 확보에 일찍부터 공을 들였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2005년 무디스에서 'Baa3' 등급을, 현대카드는 2006년 S&P에서 'BBB' 등급을 부여받았다. 이후 소폭의 등락이 있었으나 기존 신용등급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JCR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기 직전까지 현대카드는 국제신용평가사이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 속하는 피치(Fitch)사와 스탠다드앤푸어(S&P)에서 각각 BBB(긍정적)와 BBB(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현대카드가 S&P로부터 첫 글로벌 신용등급을 획득한 이후, 다음해 1월 피치에서도 신용평가를 받았다. 피치는 2010~2011년 현대카드 신용등급을 BBB+까지 올려주기도 했다. S&P의 경우 2017년 현대카드 신용등급을 BBB+로 올렸다가 다음해 다시 BBB로 원상복귀시켰다.
이같이 현대카드가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일찍이 획득한 비결엔 현대차그룹 소속 카드사로서 대규모 캡티브마켓 확보력, 그리고 장기간 CFO직을 유지하는 체제 등이 있다.
현대카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소수의 CFO들이 임기 8년 이상씩 업무를 수행해왔다. 카드사태가 발생한 2003년 정태영 부회장(당시 기아자동차 전무)이 현대카드에 합류하면서 CFO인 재무지원실장에 이주혁 이사가 선임됐다.
현대카드가 카드사태 이슈를 딛고 2006년 첫 해외 신용등급을 받는 과정도 이 이사가 진두지휘했다. 이 이사는 오랜 기간 CFO직을 수행하다 2013년 부사장 승진, 2014년 현대라이프 사장으로 옮겼다.
이어 김윤태 이사가 2012년 재경본부장으로 선임되면서 현대카드 CFO를 맡았다. 2013년 HR 겸 경영지원 담당으로 이동하면서 현재의 CFO인 전병구 이사가 현대카드·캐피탈 재경담당 경영지원부본부장을 맡게 됐다.
2017년 재경본부가 신설되면서 재경본부장에 선임됐고 같은 해 전무로 승진했다. 2020년 경영관리부문 대표,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경영 분리 이후에도 전 부사장은 현대캐피탈 겸직만 해제한 채 현재까지 현대카드 CFO로 일하고 있다.
이에 신용등급 등 중장기적 이슈에 대해서도 전 부사장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일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됐다. 현대커머셜 등 현대차그룹 산하 금융사의 글로벌 신용등급 이슈와 관련해서도 일찍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현대카드 CFO인 전 부사장이 상당부분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