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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파이브가이즈 vs 쉐이크쉑 vs 노브랜드

오너 3세가 쏘아 올린 '햄버거 대전'

①김동선·허희수 '프리미엄' 공략...정용진 중저가 초점,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 5조 육박

박규석 기자  2023-12-04 14:31:0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유통가 오너가 가족들이 국내 햄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 등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기업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후계자로서의 경영 능력과 성과를 증명하기 위한 포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햄버거 사업 중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에 관심을 가진 인사는 SPC그룹 허희수 부사장과 한화갤러리아 김동선 부사장이다. 이들은 각각 미국의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왔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브랜드 론칭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햄버거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3038억원 규모에서 2022년 3조9875억원까지 증가했다. 2020년 이후 확산된 비대면 소비문화의 영향이 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희수·김동선 '브랜드 발굴→론칭' 주도

미국 햄버거 브랜드 쉑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는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한다는 부분 외에도 공통된 부분이 있다. 허 부사장과 김 부사장이 브랜드 발굴부터 계약, 론칭 등까지 모든 작업을 주도했다는 대목이다.

우선 허 부사장의 경우 지난 2011년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쉐이크쉑의 국내 론칭을 구상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롯데리아 등과 같은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과 대비되는 쉐이크쉑의 매장 운영 방식 등에서 사업성을 엿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7월 쉐이크쉑 국내 1호점 오픈식(왼쪽부터)에서 쉐이크쉑 컬리너리 디렉터 마크 로사티, 쉐이크쉑 글로벌 사업 부사장 마이클 칵, 쉐이크쉑 CEO 랜디 가루티, 주한 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 허희수 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 황재복 파리크라상 부사장 등이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사진=SPC그룹)

이후 그는 국내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5년간 뉴욕과 서울을 수차례 오가며 브랜드 창업자 대니 마이어 회장과의 직접 만나 프레젠테이션과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SPC그룹뿐만 아니라 30여 개가 넘는 국내 업체들이 쉐이크쉑에 한국 진출을 제안할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허 부사장을 필두로 제빵 기술과 육가공 인프라,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강점을 인정받은 SPC그룹은 2015년 12월 '쉐이크쉑 엔터프라이즈 인터내셔널(Shake Shack Enterprises International)'과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게 됐다. 이듬해 7월에는 쉐이크쉑 국내 1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파이브가이즈 역시 김 부사장이 라이선스 계약과 론칭 등을 직접 지휘했다. 한화갤러리아와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FGE International)과의 계약은 지난해 10월에 이뤄졌다. 국내 사업권 계약 관련 약정서 체결이 핵심이었고 관련 작업은 김 부사장의 주도로 이뤄진 게 게 특징이다.

사진(왼쪽부터)은 2022년 10월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식을 가진 모습.(사진=한화갤러리아)

당시 김 부사장은 갤러리아의 신사업전략실을 총괄하는 실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첫 신사업인 파이브가이즈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사장은 미국에 직접 오가며 창업주와 지속적인 신뢰를 쌓기도 했다.

파이브가이즈를 첫 사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김 부사장의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생인 김 부사장은 미국 태프트 스쿨과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당시 파이브가이즈를 자주 접하며 브랜드의 이미지와 운영 방식 등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가이즈의 사업 방침 중 하나는 미국 현지의 맛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부분이다. 한국 진출 당시에도 관련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국내 사업 계획 등을 창업주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등 사업권을 유치 작업에 역량을 모았고 이는 파트너 계약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정용진 '경영이념' 녹인 노브랜드버거

신세계그룹의 햄버거 브랜드 노브랜드버거는 쉐이크쉑 등과는 공통분모가 많지 않다. 국내 햄버거 시장을 공략한다는 부분은 같지만 도입 배경과 운영 방식 등에서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우선 노브랜드버거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쉐이크쉑이나 파이브가이즈와 달리 '중저가 제품'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격과 성능을 모두 챙기는 '가성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타 브랜드 대비 제품의 가격을 약 20% 낮게 책정하기도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쉐이크쉑 등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라이선스 사업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국내 영업권을 가지고 점포 개발 등을 진행하는 타사와 달리 신세계그룹은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부적으로는 신세계푸드가 관련 사업을 컨트롤하는 구조다.

오너3세 정 부회장이 노브랜드버거 브랜드 개발 등 모든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대비를 이루는 지점이다. 실제 정 부회장의 경우 노브랜드버거 사업과 관련해 브랜드 개발이나 향후 사업 계획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력은 없다.

다만 노브랜드버거는 정 부회장의 경영이념이 녹아든 신사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는 2019년 신년사에서 "최고급(하이엔드)이 아니면 초저가 상품만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성장 등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명확한 사업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노브랜드버거는 그룹 신사업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2019년 8월 1호점을 오픈했고 1년 8개월만에 100호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가격 정책과 더불어 신세계푸드가 보유한 식재료 매입과 가공, 물류 등의 시너지 효과 등이 주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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