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 기업의 햄버거 브랜드 도입은 오너 가족들이 직간접적으로 주도했다. 자연스럽게 기획과 전략, 재무 등 부문별 임원이 서포터를 맡았다.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 등을 맡았던 인사들은 성과를 인정받아 고위직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인사는 승진 과정에서 오너 가족과의 친분이 일정 수준 엿보이기도 했다. 브랜드 사업을 위한 독립법인 설립 과정에서 대표이사로 중용되는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햄버거 사업은 후계자 교육과 함께 내부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표직 맡은 '파이브가이즈·쉐이크쉑' 주역들
파이브가이즈와 쉐이크쉑은 각각 오너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국내에 들려온 미국 햄버거 브랜드다. 이들은 브랜드 발굴부터 계약, 론칭 등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게 공통점이다.
한화갤러리아와 SPC그룹은 브랜드 도입 이후에도 비슷한 기조를 보였으며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인사였다. 브랜드 론칭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주요 인사를 계열사 대표이사로 중용했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김 부사장을 도와 파이브가이즈 도입에 관여한 인사들의 성과를 높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파이브가이즈 사업을 위해 설립한 ㈜에프지코리아(FG Korea Inc)의 초대 대표이사를 브랜드 계약 작업 등에 관여했던 인사로 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화갤러리아의 100% 자회사로 세워진 ㈜에프지코리아의 현직 수장은 오민우(
사진) 대표이사 상무다. 그는 ㈜에프지코리아의 대표에 오르기 전까지 회사 안팎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던 만큼 공개된 이력 등도 제한적이다.
다만 ㈜에프지코리아의 신임 대표로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이면에는 김 부사장과의 관계와 파이브가이즈 도입 등의 성과가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1년생인 오 대표는 파이브가이즈 계약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김 부사장의 측근으로 활동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글로벌 외식 브랜드를 거쳐 2021년에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부사장을 도와 파이브가이즈 론칭 준비팀에서 팀장을 맡으며 브랜드 도입에 힘썼고 법인 설립과 동시에 부장급 대표에 올랐다. 앞선 10월에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대표에 중용된 지 약 5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하기도 했다.
쉐이크쉑의 경우 SPC그룹 내에서 미국 본사와 국내 영업권 계약을 맺은 주체는 파리크라상(현 빅바이트컴퍼니)이었다. 허 부사장을 필두로 파리크라상 내 부문별 임원들은 쉐이크쉑 국내 영업권 확보를 위해 움직였다는 얘기다.
파리크라상이 비상장사인 만큼 쉐이크쉑 라이선스 확보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세부적인 정보와 성과는 자세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내부적으로 관련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황재복 SPC 대표이사 겸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사장을 통해 일정 수준 엿볼 수 있다.
1961년생인 황 대표는 1987년에 ㈜샤니에 입사해 줄곧 SPC그룹에 몸담고 있는 인사다. 그룹 내 재무와 관리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며 인사와 총무, 영업 분야 등도 두루 거쳤다. 2009년 SPC그룹 CFO 전무를 거쳐 2014년부터는 파리크라상 PB BU장 전무에 오르기도 했다.
쉐이크쉑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시기가 2015년 12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작업에 황 대표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그는 관련 성과 등을 인정받아 2019년에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 2021년부터는 파리크라상과 SPC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송현석 대표 '노브랜드버거' 확장 초점
노브랜드버거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SPC그룹이나 한화갤러리아와 상황이 다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이념이 녹아든 사업이기는 하지만 SPC그룹 등처럼 오너가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계열사 신세계푸드가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주체나 마찬가지다. 2019년 첫 론칭 시기에는 김운아, 성열기 전 각자대표가 사업을 이끌었다면 2020년부터는 송현석 대표가 컨트롤하고 있는 구조다.
송 대표는 부임시점부터 노브랜드버거 가맹점 확대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활성화 등에 집중했다. 특히 마케팅 부문의 경우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노브랜드버거의 프랜차이즈 사업 역량 강화에 역량을 모으기도 했다.
1968년생인 송 대표는 미주리 주립대 신문학부와 노스웨스턴대 마케팅 석사를 졸업했다. CJ엔터테인먼트 미주법인 매니저와 AOL-타임워너 워너뮤직 마케팅부장, 맥도날드 마케팅 팀장, 얌 브랜즈 피자헛 미국 본사 브랜드 총괄 임원,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푸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당시 그는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상무로 입사했으며 신세계그룹에 합류했으며 2020년에 현재 자리에 올랐다.
송 대표는 신세계푸드 수장에 오른 이후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하기도 했다. 급식 수주 확대와 노브랜드버거 가맹 확장,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론칭 등이 꼽힌다. 그 결과 신세계푸드의 매출은 2020년 1조2403억원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에는 1조3329억원을 거둬들였고 2022년에는 1조411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