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전형적인 패스트푸드다. 패스트푸드 사업은 주로 프랜차이즈(Franchise)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크게 가맹본부와 가맹점으로 구분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가맹본부가 직영점을 운영하며 핵심 상권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국내 주요 유통기업 SPC그룹과 한화갤러리아, 신세계그룹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햄버거 사업도 큰 틀에서는 프랜차이즈에 속한다. 다만 이들의 출점 형태와 지역, 제품 개발 등의 영역에서는 차이점을 보이기도 한다.
◇'라이선스 계약' SPC·한화갤러리아...직영점 운영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가맹점 개발이다. 본사와 가맹점주의 계약을 통해 주요 상권 등에 점포를 열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외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브랜드 수수료 등이 수익원이다.
다만 SPC그룹의 쉐이크쉑과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는 통상적인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이들이 각각 미국 본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 영업권 등을 가지고 브랜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계약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비 점주 등과 가맹점 계약은 맺을 수 없다. 모든 점포는 직영으로 운영돼야 하는 게 골자다. 미국 본사 입장에서는 SPC그룹 등이 대형 가맹점주 또는 파트너사인 만큼 국내 점포는 직영 형태로 출점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SPC그룹의 경우 2016년 쉐이크쉑 1호점 개점 이후 그룹 내 파리크라상이 관련 사업을 컨트롤했지만 지난 1일부터는 '빅바이트컴퍼니'가 한국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앞선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업 부문 중 쉐이크쉑 한국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서를 승인하기도 했다. 분할 이후 첫 수장은 이광 대표이사가 맡았으며 자본금은 30억원이다.
이러한 결정은 쉐이크쉑이 국내 시장에 안착한 영향이 컸다. 시장 지배력 등을 일정 수준 확보한 만큼 독립적인 사업역량을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포석인 셈이다. SPC그룹 또한 이번 분할을 통해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100% 자회사 ㈜에프지코리아(FG Korea Inc)를 통해 파이브가이즈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PC그룹과 차이가 있다면 점포 개발 등 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 5월에 독립법인을 설립했다는 부분이다.
자본금 20억원 ㈜에프지코리아의 초대 수장은 오민우 대표이사가 맡았다. 1981년생인 그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글로벌 외식 브랜드를 거쳐 2021년에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더불어 서종원 이사와 전형훈 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 이사의 경우 한화갤러리아에서 상품본부 F&B부문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감사는 한화갤러리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정일규 상무가 맡았다.
한화갤러리아가 독립 법인을 설치한 이유는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해외 사업 전개 시 해당 국가에 운영 전문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 국가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미국 현지의 맛과 서비스 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이를 위해 브랜드 유치를 주도한 한화그룹 오너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경우 파이브가이즈 홍콩 매장에서 현장실습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부사장은 별도 실습 의무는 없었지만 브랜드 도입을 주도한 책임자로서 관련 교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가맹사업 중추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가 국내에서 직영점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면 신세계그룹의 노브랜드버거는 가맹사업이 중추다. 쉐이크쉑 등과 달리 신세계그룹의 자체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만큼 본사와 예비 창업주 간의 가맹점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브랜드버거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곳은 그룹 내 계열사 신세계푸드다. 신세계푸드는 자체 브랜드 가정간편식(HMR) 상품 제조·판매업과 외식 가맹, 베이커리, 단체급식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이중 노브랜드버거는 외식 가맹사업에 속한다. 중저가 제품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시장 내 지배력 확보 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맹점과 더불어 직영점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만큼 노브랜드버거의 점포 확장성은 쉐이크쉑 등과 비교해 앞설 수밖에 없다. 실제 노브랜드버거는 2019년 1호점 오픈 이후 업계 최단기간인 1년 8개월 만에 100호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 200호점을 돌파하며 빠르게 매장 수를 늘렸다.
점포 운영 방식에서도 노브랜드버거는 유연하다. 2022년 8월의 경우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에 따른 배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딜리버리 전용 매장을 도입하기도 했다. 배달 지역의 경우 주거지역과 더불어 오피스, 백화점, 마트 등 상업시설이 밀집된 상권까지였다.
이러한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22년 상반기 전국 노브랜드버거 매장의 배달 매출 비중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대비 9% 늘어난 수치다. 딜리버리 서비스 도입과 함께 전용 앱 론칭, 비대면 마케팅 강화 등이 맞물린 효과였다는 게 업계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