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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세대 지형도

10년 후의 SPC 허진수·허희수는

파리크라상 지분 확보 관건, SPC삼립 지분 활용해 주식 교환 가능성

문누리 기자  2023-06-16 13:49:09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SPC그룹의 오너3세 승계준비는 10년의 주기를 두고 이뤄지고 있다. 2004년 SPC그룹 출범 이후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와 차남 허희수가 상무 직함을 달고 지주사 파리크라상에 입사해 그룹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이후 10여년이 지난 2015년엔 SPC삼립 등기이사로 선임돼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권을 쥔 뒤 두 형제 모두 몇 달의 텀을 두고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이후 10여년이 지난 현재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룹 합류 이후 약 15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오면서 이렇다 할 구설이 없었고, 오히려 경영성과 칭찬을 받던 형제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2018년 바뀌게 된다.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불미스러운 이슈로 3년간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룹 이미지가 악화됐다. 이에 회사 안팎으론 당분간 추가적인 오너3세 승계 작업을 진행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허 회장이 1949년생(만 74세)로 정정한 데다 1977~1978년 연년생인 형제의 나잇대를 봤을 때 10여년 정도는 천천히 지켜보기에 충분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10년 후는 어떨까. 형제가 모두 가업승계를 완료하기 위해선 파리크라상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예전처럼 SPC삼립 등 주식간 교환을 통해 파리크라상 지분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형제가 이 미션을 무탈히 성공하기 위해선 그사이 그룹 이미지 쇄신, 매출 및 수익 확대 등을 통해 SPC삼립 등 보유 주식 가치를 올리는 게 유리하다.



그룹의 지분 정리 히스토리를 보면 가늠하기가 쉽다. SPC그룹은 고(故) 허창성 SPC삼립 창업주가 1945년 설립한 제과점 상미당(현 SPC삼립)에서 시작됐다. 허 창업주는 장남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에게 삼립식품 경영권을 줬고 차남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는 샤니를 넘겼다.

당시 샤니 매출은 삼립식품의 10% 수준이었다. 허영인 회장은 이후 양산빵을 생산하면서 사세를 키웠고 1986년 파리크라상을 설립해 자체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만들었다. 허영선 회장의 삼립식품이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02년 허영인 회장에게 인수됐고 2004년 SPC그룹이 출범했다.

허진수·허희수 형제는 그룹 출범 전인 1990년대부터 파리크라상 지분을 각각 14.63%, 4.69% 보유했다. 이후 SPC그룹이 출범하면서 허영인 회장은 아들들의 승계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2012년 형제가 주식 교환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 파리크라상 보유 지분은 각각 19.1%, 11%로 높아졌다.

이때 주식 교환에는 형제가 보유하던 SPL과 SPC 지분이 활용됐다. 이들은 파리크라상 주식 9만7891주(475억원)를 현물로 받은 대신 이들 회사 지분을 파리크라상에 넘겼다. 어차피 SPC와 SPL이 파리크라상 아래 있는 만큼 지분 교환을 통해 형제는 파리크라상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들 회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형제는 각자 1.23%, 1.82%씩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서 현재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됐다. 그뒤엔 10년 가까이 특별한 지분 변동이 없다가 2020년 허 회장이 장남 허진수 당시 부사장에게 SPC삼립 보유 지분 절반(40만주)을 증여했다. 당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회사 경영에서 제외됐는데 해당 지분 증여를 통해 형의 SPC삼립 지분율이 동생 지분율을 앞지르게 됐다.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
앞으로 실현가능한 추가적인 지분 변동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허 회장이 남은 SPC삼립 지분(4.64%)을 형제에게 넘겨주는 방식, 그리고 형제가 기존처럼 지분 교환을 통해 파리크라상 지분을 추가확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파리크라상 지분을 증여받고나서 삼림식품 주식을 현금화하면 증여세도 충당가능하다.

파리크라상을 사업부문별로 인적분할하면서 규모를 줄이고 형제가 주식 교환에 참여해 파리크라상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현재 허진수 부사장(20.33%)과 허희수 부사장(12.82%)은 파리크라상 지분을 합쳐서 총 33.15%를 보유 중이다. 허영인 회장(63.31%)과 그의 부인 이미향씨(3.54%)의 지분까지 합치면 파리크라상의 오너가 지분율은 100%에 달한다. 주식을 교환하려면 얼마든지 부모 허락을 받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SPC삼립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파리크라상은 현재 SPC삼립의 최대주주다. 형제가 보유한 SPC삼립 지분을 파리크라상 주식과 교환하고 파리크라상의 지배주주가 되면 결과적으로 SPC삼립에 대한 간접 지배력도 확보 가능하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영인 회장이 49년생으로 현재 건강한 데다 경영 일선에서 실제 활동 중인 만큼 아직 승계를 추진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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