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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CFO→CEO' 코스 밟는 GS그룹 재무라인

GS 역대 재무팀장 모두 CEO로…유재영 칼텍스 재무실장도 GS파워 대표 영전

고진영 기자  2023-12-01 09:29:3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GS칼텍스에서 6년 가까이 재무 총괄한 유재영 부사장이 GS파워 대표이사(CEO)로 이동한다. GS그룹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계열사 CEO로 자주 보내고 있다. 지주회사인 GS의 경우 역대 재무팀장들이 전부 전문경영인으로 영전했을 정도다. 그만큼 CFO를 중용하고 있다는 뜻인데 유 부사장도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GS그룹은 이달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유 부사장을 GS파워 수장으로 낙점했다. 조효제 대표이사의 후임이다. 유 부사장은 2017년 말부터 GS칼텍스 재무실장(CFO)을 맡아왔으며 이번 인사로 전략기획부문장 최우진 전무에게 CFO 바통을 넘겼다. 추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GS파워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유 부사장은 LG그룹 시절부터 재무를 담당했던 대표적 재무통이다. 1997년 LG 회장실 재무팀 소속으로 있었고 2000년에는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소속으로 베이징에서 일했다.
2005년 GS그룹이 계열분리하면서 GS로 소속이 바뀌었으며 당시 GS 사업지원팀 부장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GS그룹의 민자발전회사 GS EPS의 경영지원부문장 상무로 선임,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처음으로 CFO 타이틀을 달았는데 이제 십여년 만에 CEO로 명패가 바뀌면서 재무뿐 아니라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눈에 띄는 점은 GS파워의 전임 대표인 조효제 사장도 CFO 출신이라는 점이다. 조 사장은 GS에너지에서 경영지원본부장(CFO)을 거쳐 2017년 GS파워 대표에 올랐다. GS그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케이스다.

GS그룹은 주요 계열사 CFO들의 절반 정도가 CEO로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영전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GS를 보면 초대 CFO인 이완경 전 부사장부터 홍순기 사장, 김석환 사장까지 모두 계열사 CEO로 부름받았다.

이완경 전 부사장의 경우 GS EPS 대표, GS글로벌 대표를 역임했다. 홍순기 사장은 2008년부터 10년 넘게 GS 재무팀장을 지내다가 2020년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2인자로 부상했다. 재임기간이 길었던 만큼 GS 재무구조의 전반적 기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된다. 홍순기 사장의 후임 재무팀장으로 왔던 김석환 사장도 현재 GS E&R 대표이사로 있다.


이 밖에 GS를 이끈 역대 전문경영인들은 주요 경력을 재무 쪽에서 쌓은 경우가 많았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최측근이자 GS 출범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하나인 서경석 전 부회장은 재경부 조세정책과장 출신인데 기업인으로 진로를 틀었다. 1991년 LG그룹 회장실에서 재무에 대한 조언을 해준 게 인연이 됐다. 서 부회장의 뒤를 이은 정택근 전 부회장도 GS리테일 CFO를 거쳐 GS 대표이사에 올랐다.

GS그룹이 전문경영인 자질로 재무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 안전성을 경영의 핵심 초점으로 삼는 그룹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과거 LG그룹을 허씨와 구씨 일가가 공동경영했던 시절을 돌아보면 구씨 가문이 사업 확장 등 바깥일을 책임졌고 허씨 가문은 재무, 매니지먼트 등 내실을 도맡았다.

그룹의 초대 총수에 오른 허창수 명예회장 역시 과거 LG그룹에서 재무와 관리파트를 중심으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GS를 제외한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유 부사장 전에 GS칼텍스 재무실장으로 있던 엄태진 부사장은 CFO 자리를 넘긴 후 GS스포츠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5년까지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있던 나완배 부회장 역시 GS칼텍스 재무실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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