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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연쇄 계승되는 직업, LG 계열사 CFO

LG CNS→LG이노텍→LG전자 CFO 바통터치, 외부수혈 지양 조직문화 영향

문누리 기자  2023-11-27 07:36:41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LG그룹 다수의 주요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올 연말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특이한 점은 CFO가 변경된 경우 그룹내 타 계열사 CFO 출신으로 그 자리가 채워졌다는 것이다.

외부수혈보단 내부 인사로 CFO 자리를 계승하는 조직 분위기다. LG그룹은 미국 보스턴대학교와 글로벌 CFO 양성과정을 꾸리는 등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CFO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4일 LG그룹에 따르면 LG이노텍 CFO였던 김창태 전무는 LG전자 CFO로 이동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67년인 김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LG전자에 입사하고 2003년 ㈜LG 정도경영TF 과장을 거쳤다. 정도경영TF를 거쳐간 임원들 중에는 주요 계열사 CFO로 이동한 케이스가 많다. 김 부사장도 그 중 하나다.

김 부사장의 이동으로 빈 LG이노텍 CFO 자리는 LG CNS CFO였던 박지환 전무가 채웠다. 1970년생인 박 전무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LG그룹 공채로 입사해 2018년 말까지 ㈜LG 전자팀에서 근무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2019년 그룹 광고지주회사인 지투알 CFO에 임명되며 임원 승진했고 2020년엔 LG CNS CFO로 부임했다.

LG전자 CFO부문 금융담당이었던 이현규 상무가 LG CNS의 CFO를 새로 맡게 됐다. 이 상무는 최고리스크책임자(CRO)도 겸직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석사 출신인 이 상무는 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와 하이엠솔루텍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신임 CFO들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새로운 회사의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세 회사의 CFO를 역임한 배두용 부사장과 김창태 부사장, 박지환 전무 모두 각각 LG전자와 LG이노텍, LG CNS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해왔다. LG그룹은 계열사 CFO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힘을 싣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김홍기 부사장 대신 이명석 전무가 새로 CFO를 맡게 됐다. 1971년생인 이 전무는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이후 27년 동안 LG화학에 몸담으면서 경영기획 등 커리어를 쌓아왔다. 여기에 이동은 하지 않았지만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도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CFO들을 살펴보면 타 계열사 CFO가 경력인 경우가 많다. 차동석 LG화학 사장은 LG 재경팀장과 LG화학 정도경영TFT 상무를 거쳐 서브원과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CFO를 역임한 뒤 LG화학 CFO 자리에 올랐다.

김홍기 전 부사장도 LG화학 금융담당 상무와 LX하우시스 CFO를 거쳐 LG생활건강 CFO를 맡았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도 LG전자 CFO부문에서 북미지역 CFO 상무를 맡은 바 있다.

이번에 LG이노텍 CFO를 맡은 박지환 전무는 앞서 2019년 지투알 CFO를, 2020년 LG CNS CFO를 거쳤다. 김창태 LG전자 CFO 부사장도 LG이노텍 CFO 커리어 이후 새로운 계열사에서 CFO 경력을 추가하게 됐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던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부임 후 조금씩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지만 회사의 돈줄을 관리하는 CFO에 대해선 예외다. 외부에서 스카웃해오기보단 내부 인사를 중용하는 만큼 전략적으로 CFO를 육성하는 데도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LG그룹이 2002년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산학협동 제휴를 맺고 신규 개설한 'LG-보스턴 글로벌 CFO 양성과정'이다. CFO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총 15개월간 각 계열사 재경부문에 근무하는 관리자급 핵심인재들을 교육받게 하는 대규모 투자였다.

이혁주 전 LG유플러스 부사장과 김홍기 전 LG생활건강 부사장, 민병일 LX인터내셔널 CFO 전무 등이 관련 과정을 거쳤다. 현재 재임 중인 CFO 중에선 LG CNS의 박지환 전무가 CFO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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