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올해 이후에도 자리를 지킨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기존의 재무 전략을 고수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C레벨 절반이 교체된 가운데 CFO는 유임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달 22일 단행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CFO인 차동석 사장, 이창실 부사장은 유임됐다. 차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이번 인사에서 유임이 결정됐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거쳐 다시 한번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부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LG화학은 CTO인 이종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총 17명이 승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C레벨급 임원이 1960~1970년대생으로 교체되는 등 임원진 교체가 대거 이뤄졌다.
이번 CFO 인사를 두고 업계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의 재무 전략을 고수하고 안정적인 조달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해석한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아직 녹록지 않고 전기차 시장 역시 수요가 둔화하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재무 총괄 역할은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차동석 사장은 2019년 9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의 후임자로 LG화학 CFO에 부임했다. 차 사장은 1963년생으로 경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지주사 LG의 재경팀장과 서브원 CFO 등을 거쳤다. 이후 2021년 5월부터는 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역할도 겸하고 있다.
차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분할과 기업공개(IPO), 첨단소재 사업 확장 과정에서 조달과 각종 리스크 관리의 총책임자 역할을 하면서 LG화학의 안살림을 챙겼다. CFO로 부임할 때는 전무였지만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말 부사장 승진에 이어 작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창실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CFO로 IPO와 각종 조달 이슈를 총괄한 인물로 꼽힌다. 1964년생인 이 부사장은 경희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인도법인 경영관리그룹장과 사업개발담당을 거쳐 2019년 LG화학 전지경영관리총괄에 선임됐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탄생하면서 초대 CFO로 발탁됐다.
이 부사장은 CFO 부임 이후 IPO를 통해 약 10조원의 자본확충에 이어 그린 본드(Green Bond) 등 회사채 발행으로 약 4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LG화학은 이번 인사에 대해 "철저한 사업성과 기반의 승진인사"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지난해 29명 대비 소폭 축소된 인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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