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용 한진칼·대한항공 부사장은 한진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CFO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도 CFO를 맡고 있다.
하 부사장은 한진칼에서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 사내이사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위상과 역할 면에서 그와 비교할 수 있는 CFO는 그룹 내 없다는 평가다. 재계에서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CFO를 겸하는 이는 흔치 않다. 하 부사장을 제외하면 송명준 HD현대그룹 부사장이 손꼽힌다.
◇하은용 부사장, 2015·2020년 유증 참여로 취득...직접 장내매수 없어 현재 하 부사장은 대한항공 주식 593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주식은 들고 있지 않다. 현 시세(3일 종가기준)로 약 1200만원어치로 가장 최근 취득한 시기는 2020년 7월이다. 회사가 실시한 1조12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36주를 주당 1만4200원에 새롭게 취득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로 전 세계 항공사들 실적이 곤두박질칠 때다. 그해 상반기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3.5%(1390억원) 줄어든 27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3분의 1로 감소하면서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대한항공은 금융기관 대출로 버텼다.
하지만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해서 외부 차입에 기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참여하는 주주배정 유증을 결정했다. 여기에 당시에도 한진칼과 대한항공 CFO였던 하 부사장이 참여했다. 다만 높은 위상 때문에 취득 수량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후 현재까지 하 부사장은 대한항공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그 사이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지만 3년 넘게 해외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딜 클로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주가는 요동쳤으나 하 부사장의 자사주 추가 매입은 없었다.
현재 대한항공 주가는 2만원대를 웃돌면서 하 부사장이 3년 전 취득한 수량에서 약 1000만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그는 과거 2015년 대한항공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했을 때도 우리사주를 통해 참여했다. 2020년 유증 때와 유사하게 회사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때였다. 그가 따로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직접 매수한 적은 없다.
◇하 부사장 외 보유 CFO 없어...곽주호 진에어 상무, 지난해 대한항공 주식 매각 한진그룹에서 하 부사장 외에 자사주를 보유한 CFO는 없다. 신영환 ㈜한진 전무, 곽주호 진에어 상무, 김진환 한국공항 상무는 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는 총 5곳으로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이다.
다른 CFO 가운데 곽주호 상무는 대한항공에서 근무할 무렵 회사 주식을 취득한 적 있다. 직접 장내에서 매수하거나 유증 참여, 우리사주 인출 등으로 총 5231주를 보유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진에어 인사재무본부장으로 이동하면서 모두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약 1억원어치의 물량이었다.
올해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 주가는 한진칼과 한국공항은 각각 약 20%, 3%씩 상승했다. 대한항공과 한진, 진에어는 모두 하락했다. 가장 크게 하락한 곳은 진에어로 -29%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진에어가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통합하면 동남아시아 지역 여객 수요를 확보하고 노선 다양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합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통합의 전제조건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으로 다시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