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BBB급 신용도로 연말 공모채 조달에 나서는 만큼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최근 금리 불안정성으로 채권시장에 A급 이상의 우량 이슈어들만 출현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주관사단을 최대 규모로 구성해 미매각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하이일드급 신용도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선 인기있는 투자처로 여겨지는 편이다. 크레딧 호재도 남아있다. 지난 4월에도 신용등급 '긍정적' 아웃룩을 획득한 데다가, 최근 차입금 의존도를 대폭 줄이며 추가 등급상향 조정 가능성도 열려있다.
◇은행채까지 풀리는 채권시장…미매각 부담 최소로
19일 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달 9일 공모채 1500억원 발행을 위한 대표주관사 선정절차를 마쳤다.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총 7곳이다. 그동안 주관사수를 5~6곳으로 선정해왔던 것보다 한 곳 더 늘려잡았다.
미매각으로 인한 인수 부담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긍정적)'이다. 최근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선별적으로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채권 시장 이슈어들을 보면 우량 신용도와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완판 자신감이 있는 회사들 뿐이었다.
물론 대한항공도 미매각 경험은 적다. 채권시장에서 빅이슈어로서 높은 인지도를 쌓으며 완판 기록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불안정성 뿐 아니라, 은행채나 한전채 등 AAA급 인기채권까지 수급이 풀리며 발행환경이 악화된 상태다. 주관사단을 확대해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주관사 측은 금리 매력을 앞세워 모집액을 채우는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고채 대비 대한항공의 개별민평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다. 고금리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만큼 리테일 창구의 매입 수요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 커버리지 향상, 추가 등급 상향 트리거될까
대한항공은 2016년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됐다.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후 처음으로 하이일드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한진해운의 신용등급 리스크로 지원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부각된 결과다. 이후 항공기 투자 등과도 맞물리면서 'BBB+' 강등에도 아웃룩에 '부정적'이 달리기도 했다.
다만 올해 4월 신용평가3사는 일제히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다. 리오프닝 국면 진입으로 주력사업인 국제여객 부문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 아시아나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국제선 여객수는 올해 2월 2019년 2월에 비해 약 61.3% 증가했다"며 "더딘 움직임을 보이던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 완화와 한-중 양국간 운항횟수 확대 합의에 함입어 주력부문인 국제 여객운송사업 정상화 기조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차입금 축소 기조도 한 몫 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을 기점으로 매년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대한항공 차입금 규모는 2019년 15조8828억원에서 2022년 10조5511억원으로 33.6% 축소했다. 해당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60%대에서 38.4%까지 개선된 상태다.
이익창출력 개선과 차입금 감축 투트랙 기조로 재무커버리지 부담도 큰 폭으로 완화됐다. 순차입금/EBITDA는 2019년 6.3배에서 작년 말 순차입금/EBITDA 1.1배로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대한항공의 등급상향 트리거 요건으로 '순차입금/EBITDA' 4배 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차입금 최소화 움직임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 이달 6, 7일 만기 도래한 회사채(2700억원)도 현금 상환했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부채를 선제적으로 상환해 이자비용을 낮추고 자금 여력을 충분히 하기 위함이다. 작년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제주칼 호텔 매각까지 결정하면서 6265억원을 추가로 확보한 자금 등을 계좌에 예치해둔 바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진에어 포함 약 15대의 항공기 추가 도입 계획 등 투자자금이 소요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확정시 연결 편입 영향으로 차입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당기순이익 누적으로 비축한 재무여력과 확대된 현금창출력을 감안할 때 팬데믹 이전 대비 크게 개선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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