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2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사모 영구전환사채(104회차,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영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3년 전인 2020년 12월 동일하게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발행한 똑같은 규모의 영구채(98회차)를 전액 상환한다.
과거와 달라진 조건은 이자율이다. 3년 전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의 이자율은 7.2%였으나 2022년 스텝업 조항이 발동돼 현재는 12.542%로 뛰어올랐다.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이니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지급하는 연간 이자만 약 376억원이다.
이번 영구채 이자율은 4.70%다. 동일하게 3000억원으로 발행하니 연간 이자비용은 141억원이다. 기존 이자비용의 37.5% 수준으로 줄였다. 2년 뒤 금리 3.0%포인트(p)를 가산하는 스텝업 조항 등이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3년 전 발행한 영구채 조건보다 낫다.
반대로 말하면 대한항공의 이자수익이 약 235억원 줄어들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수익(별도기준)으로 1600억원을 올렸다. 전체 금융수익 2511억원의 절반 이상이 이자수익일 정도로 쏠쏠했다.
물론 대한항공이 손해만 보는 건 아니다. 이번 영구채도 전환사채이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교환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주당 1만1130원으로 3년 전 1만3650원보다 2000원 이상 줄었다. 이는 향후 대한항공이 주식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수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가령 3000억원을 3년 전 가격인 주당 1만3650원으로 전환할 때 대한항공이 얻을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수는 약 2197만8021주다. 이번에 결정한 가격인 1만1130원으로 2695만4177주로 약 497만주를 더 확보할 수 있다. 현 아시아나항공 발행주식수를 기준으로 대략 1.2%의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EU집행위원회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수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는 '카드'를 쥔 점은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이자수익은 줄었지만 향후 인수할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비용에 따른 현금 유출은 줄어들기 때문에 연결기준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다. 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할 매각을 결정하면서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이 커진 아시아나항공이기 때문에 감소한 이자비용만큼을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발행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의 전환가격이 하향 조정됐다. 향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전환해 보유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수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오버행 이슈를 없애기 위해서는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두 국책은행이 소유한 영구채를 상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