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8년만에 신용등급 A급 복귀에 성공했다. 크레딧 개선에 기여한 조력자 중 하나로 하은용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꼽힌다. 영업실적 호조뿐 아니라 현금성자산 축적과 대규모 유상증자, 유휴자산 매각 등 재무 안정성 개선책이 인정받은 결과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3사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그룹 지주사 한진칼 신용등급도 BBB+에서 A-로 상향됐다.
이번 대한항공 신용등급 상향 배경으로는 이익창출력 회복, 국제선 여객사업 정상화, 재무안정성 개선 등이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연결 기준 평균 EBITDA 는 2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만 EBITDA 1조9000억원을 달성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0~2021년 두 차례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현금성자산을 축적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유상증자를 통해 4조4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고 유휴자산도 매각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됐다.
올해 배당 재개와 항공기 도입 등 투자지출이 늘어나면서 자금소요가 증가했는데도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은 6조원이 넘는다. 2019년 1조5359억원 수준이던 현금성자산을 2020년 1조8074억원, 2021년 4조1028억원, 2022년 5조9926억원 등으로 늘린 결과다.
이에 부채비율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871.5%에서 2020년 660.6%, 2021년 288.5%, 2022년 212.1% 등으로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론 208.1%에 달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도 대한항공의 재무부담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이 연결 편입되지만 양사 합산 시 부채비율은 350%, 차입금의존도는 45% 수준으로 인수 이후 재무부담 상승폭이 통제 가능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달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신용등급 개선으로 CFO인 하은용 부사장의 조달 업무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 부사장은 2020년 재무팀을 이끌기 시작한 이래 조달 활동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항공업 특성상 국제금융과 항공기 파이낸싱 등 자금 업무의 중요도가 높은 편이다.
1961년생인 하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88년 1월 입사한 이후 한진, 대한항공에서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2012년 한진 재무담당 상무를 거쳐 2013년 대한항공 사업기획부, 2015년 대한항공 운항기획부 담당을 역임했다.
2016년 대한항공 재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9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서 CFO 자리에 올랐다. 같은 해부터 한진칼 부사장 CFO도 겸직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자금 기획과 운용, 조달 등 업무를 맡았고 자금전략실에 오래 재직해 회사 내 자금통으로 불린다.
실제 하 부사장은 2020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했다. 총 규모는 2조2300억원으로 대부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에 투입됐다. 2020년 6월엔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발행했다. 최초 중도상환일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2100억원을 상환하고 운용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 부사장은 CFO로 근무하는 동안 2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7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7936만5079주를 신주 발행했다. 신주 발행가는 1만4200원으로 총 1조12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채무상환 용도였다. 대한항공은 2021년 3월에도 3조3159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보통주 1억7361만1112주를 1만9100원에 신주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