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감사위 재무 전문가 활용법

학계·금융기관 출신 선호하는 삼성그룹

2호·4호 유형 82% 차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회계 전문가'

박규석 기자  2023-10-19 10:37:05

편집자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1명 이상은 재무·회계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이들은 경영 감시와 더불어 회계 감사까지 담당하는 만큼 독립적인 지위와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최근 들어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수는 늘고 있으며 역할도 이사회 의장 등까지 확대되고 있다. THE CFO가 감사위 소속 재무·회계 전문가의 유형별 출신과 역할, 활동 범위 등을 조명한다.
삼성그룹은 내부통제를 위한 회계감독 시스템 구축 등의 완성도가 높은 기업 집단으로 꼽힌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리스크관리와 준법경영, 내부회계관리 등이 이뤄지고 있다. 감사 제도의 중심인 감사위원회의 경우 내부회계평가지원그룹과 재무팀, 컴플라이언스팀 등을 지원 조직으로 두고 있다.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를 2명 이상 선임하는 계열사의 수가 적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다. 세부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이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우 재무·회계 전문가를 1명만 선임하고 있지만 관련 인사가 이사회 의장을 수행하고 있다는 특징을 띄고 있다.

◇재무·회계 전문가...'학계·금융기관' 출신 82%

삼성그룹 내 상장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등을 포함해 총 17곳이다. 이중 감사위를 설치하지 않은 곳과 금융사를 제외하면 9개 계열사가 감사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9개 계열사의 재무·회계 전문가 수는 12명이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계열사 등을 제외한 삼성그룹 재무·회계 전문 감사위원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이 2호와 4호 유형이라는 대목이다. 2호의 경우 회계 등 학위를 보유하고 연구기관 또는 대학에서 연구원이나 조교수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인사다. 금융기관과 정부, 증권유관기관 등에서 5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에는 4호로 분류된다.

이러한 2호와 4호 유형이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2%다. 두 유형의 합산 비중이 82%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의 재무·회계 전문 감사위원은 사실상 학계와 금융기관 등에서 채워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기조는 삼성그룹만의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코스피200에 속하는 기업들도 삼성그룹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중으로는 2호와 4호가 각각 36.7%와 34.4%를 기록해 총 71.1%를 차지했다.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호와 4호 유형의 전문가를 모두 보유한 곳은 삼성전기와 삼성중공업 2개 계열사였다. 삼성전기의 경우 여윤경 이사와 최종구 이사를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로 선임했고 이들은 각각 2호와 4호 유형에 해당했다. 삼성중공업은 남기섭 이사가 4호 유형이었고 최강식 이사는 2호 유형으로 분류됐다.

감사위 내 12명의 재무·회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감사위원장을 수행하고 있었다. 9개 법인 중 8개 법인이 감사위원장을 재무 등의 전문가로 선임한 상태였다.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에게 감사위원장을 맡기지 않은 계열사는 호텔신라가 유일했다.

◇이사회 의장까지 맡기는 삼성전자

삼성그룹 감사위 소속의 재무·회계 전문가들은 이사회 내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만큼 감사위 외 소위원회 활동도 가능한 가운데 위원장을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감사위 외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은 주로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내부거래위원장의 경우 박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이사와 최종구 삼성전기 이사, 최강식 삼성중공업 이사다. 보상위원회는 제니스 리 삼성물산 이사와 남기섭 삼성중공업 이사, 주형환 호텔신라 이사가 위원장을 책임지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우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로 분류되는 김한조 이사가 이사회 의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재무·회계 전문가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는 계열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재무 전문가 출신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동시에 대표이사와 의장의 분리도 이뤄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김 이사는 이사회 의장과 감사위원장, 지속가능경영위원장 등을 수행하고 있다.

김 이사는 4호 유형에 해당하는 재무·회계 전문가다. 1999년 한국외환은행 지점장을 시작으로 한국외환은행 기업사업그룹장, 외환캐피탈 사장, 한국외환은행 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 3월 삼성전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됐고 1차례 연임을 했다. 그의 임기 만료 시기는 오는 2025년 3월이다.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로 분류되는 김 이사가 이사회 의장 등까지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감사 업무를 지원하는 안정적인 조직 체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감사팀과 내부회계평가지원그룹 통해 감사위의 감사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감사팀은 경영지원실 소속으로 정기감사와 수시감사, 특별감사 등을 통해 조직의 업무를 감사한다. 감사실적을 연 2회 감사위원회에 보고하고 있고 업무 프로세스 변경 등 보고 필요사항 발생 시 수시로 감사위원에게 보고한다.

내부회계평가지원그룹은 감사팀과 달리 감사위 소속이다.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설계와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위의 평가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내부회계평가지원그룹의 경우 상무급을 책임자로 두고 있으며 회계와 내부통제 관련 외부 전문기관(회계법인)과 함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업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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