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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신세계그룹, 임기로 되짚어 본 '성과주의'

④신세계푸드 등 장기재임 CFO 다수, 이마트·신세계는 탄력적 교체

박규석 기자  2023-10-04 14:58:4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신세계그룹의 인사 기준 중 하나는 성과다.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등을 위한 성과총력 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재무라인의 성과를 일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역대 수장들의 재임기간을 통해 일정 수준은 가늠할 수 있다. 통상 임원의 임기는 회사의 신뢰와 전문성, 성과 등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신세계그룹이 성과 중심의 인사 기조가 뚜렷한 만큼 임기는 곧 재무수장의 성과와도 관련이 깊다는 얘기다.

◇그룹 중추 신세계·이마트...키워드는 '유연성'

신세계그룹 재무라인의 임기는 신세계를 비롯한 7개 상장사를 통해 굵직한 기류를 엿볼 수 있다. 7개 상장사를 기준으로 최근 10년간의 재무임원 임기를 되짚어 볼 경우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신세계와 이마트, 광주신세계가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며 나머지는 신세계푸드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아이앤씨 등 4개 계열사로 구분된다. 두 그룹을 나누는 기준은 역대 재무수장 중 임기가 5년 이상인 임원의 유무다.


세부적으로 신세계의 경우 역대 재무책임자 중 재직기간이 긴 인사는 김정식 전 지원본부장 부사장이었다. 2016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약 4년을 몸담았다. 이마트의 경우 김석봉 전 재무담당 상무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가량을 책임졌다. 최재휘 전 광주신세계 관리이사도 2015년 3월부터 약 4년 동안 회사의 곳간을 책임졌다. 다만 최 전 관리이사는 임원급 인사는 아니었다.

반면 신세계푸드 등 4개 계열사는 최소 5년에서 최대 7년까지 재직한 재무임원을 배출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아이앤씨의 경우 각각 서원식 전 지원담당 상무와 김승환 전 지원담당 상무가 5년을 재직했다. 신세계건설 김정선 전 지원담당 상무는 6년을 몸담았다. 지난 10년간 상장사 재무수장 중 임기가 가장 길었던 인사는 신세계푸드 김철수 전 지원본부장 전무다. 그는 2016년 1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지원본부장을 지냈으며 김 전 신세계건설 상무와 더불어 최근까지 회사의 재무를 책임진 인사이기도 했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재무라인의 임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이유는 그룹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배구조 측면과 더불어 그룹의 주요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경영전략 등의 변화에 따라 유연한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 재무라인의 경우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재무를 맡았던 서원식 전 지원본부장 부사장 이후 1년 내외의 임기를 기록했다. 현재는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 중이지만 올 초 지원본부가 기획관리본부와 재무본부로 나눠지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전략에 따라 재무라인도 탄력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역대 재무수장의 임기도 신세계와 유사하다. 김 전 재무담당 상무를 제외할 경우 2012년 이후 1~2년 사이의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와의 차이가 있다면 담당업무 측면에서의 변화는 사실상 없다는 대목이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재무담당이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로 상무급 인사가 중용됐다는 부분 역시 최소 전무급 인사를 활용하는 신세계와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장수 CFO 신세계푸드 김철수

김철수 전 신세계푸드 지원본부장 전무는 최근 10년 중 신세계그룹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무를 총괄한 인사다. 신세계그룹이 성과중심의 인사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전문성 등의 신뢰도는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전무는 1968년생으로 1993년 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신세계건설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신세계건설에서 15년을 근무했으며 주요 업무는 재무관리 파트였다. 이후 에브리데이리테일(브랜드 이마트 에브리데이)을 거쳐 2016년 말에 신세계푸드와 인연을 맺었다. 신세계푸드에서 관리담당과 지원담당을 맡았던 그는 작년 10월에 전무로 승진했고 올해 9월까지 회사의 재무를 책임졌다.


그가 오랫동안 신세계푸드의 곳간을 책임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꼽힌다. 김 전 전무 부임 당시 신세계푸드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출은 많은 반면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은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재무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총차입금 규모는 2016년 1228억원에서 2019년 2597억원으로 증가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4460억원까지 늘었고 부채비율은 207.7%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 전 전무는 재무건전성 제고의 일환으로 원가절감과 효율적인 자금 조달, 자회사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등에 집중했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2019년 첫 회사채 발행 후 시장성 조달을 적극 활용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000억원을 3년 단일물로 발행했다. 2022년 말부터 A급 회사채가 시장의 외면을 받자 만기구조를 짧게 제시하는 동시에 금액도 절반으로 줄이며 500억원(1.5년 단일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제조 자회사(SHINSEGAE FOODS) 지분 100%를 이마트 미국 자회사(Emart America)에 매각하며 현금흐름을 보강하기도 했다. 당시 매각으로 신세계푸드는 2295만달러(27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순차입금을 2021년 3823억원에서 2022년 3703억원으로 소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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