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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SK네트웍스

존재감 뚜렷한 CFO들...'모빌리티·렌탈' 성장 주도

④M&A 주역들 '재무수장→최고경영자' 영전, 계열사 재무 네트워크 구축

박규석 기자  2023-09-15 16:31:13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SK네트웍스는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 단행된 동양매직과 AJ렌터카 인수 등은 SK네트웍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대규모 M&A가 잦았던 만큼 회사의 안살림을 챙기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도 중요했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부터 부채 관리, 운영자금 관리 등 재무건전성 제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역대 SK네트웍스 CFO들은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일부는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재무라인 출신 CEO '이호정·윤요섭'

SK네트웍스는 2016년을 전후로 사업 구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편 작업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휴대폰 단말기 소매유통 사업 양도를 시작으로 패션사업, LPG충전사업, 에너지마케팅 도매사업 등의 매각 등이 진행됐다. 반면 신사업의 일환으로 동양매직(현 SK매직)과 AJ렌터카(현 SK렌터카) 등은 인수를 단행하기도 했다.

사업 재편을 위한 매각과 인수가 혼재되면서 재무건전성의 변동성도 함께 커졌다. 보유 지분과 부동산, 사업부문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불구하고 순차입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SK매직 인수대금(6100억원) 지출과 중단사업 잔여 매입채무 결제, 단말기 부문 재고자산 증가 등 운전자본 부담의 영향이 컸다. 그 결과 2013년 말 개별 기준으로 1조3000억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은 2018년 말에 2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2019년 리스회계처리 변경도 SK네트웍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리스부채가 늘어난 동시에 렌터카 편입, 인수대금 유출 등으로 2019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3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SK네트웍스의 재무건전성은 원성봉 기획재무본부장(2016년~2018년)과 윤요섭 재무지원실장(2019년), 이영길 재무실장(2020년), 이호정 경영지원본부장(2021년~2022년) 등을 거치며 점차 안정화됐다. 특히 2019년 이후로는 유류사업부문 매각(약 1조3000억원)과 SK핀크스 지분 매각(3029억원), SK명동빌딩 처분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SK네트웍스의 순차입금은 2021년까지 1조원 규모가 축소됐다.

사진(왼쪽부터)은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와 윤요섭 전 SK매직 대표

역대 SK네트웍스 CFO 중 윤 실장과 이 본부장은 당시의 성과를 인정받아 CEO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1969년생인 윤 실장의 경우 SK매직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2021년에 SK매직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SK네트웍스에 몸담았던 시기에 SK매직 인수 등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현재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SK매직은 올해 상반기에 C-레벨 경영진 교체하는 작업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그는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이 본부장은 2022년 12월에 단행된 '2023년도 임원 인사'에서 SK네트웍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중용됐다. 이 대표는 1966년생으로 SK핀크스 대표와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SK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온 전략·투자 전문가다. 2021년 SK네트웍스로 복귀해 경영지원본부장과 신성장추진본부장 역할을 수행했다.

◇신임 재무수장 '유봉운 기획재무본부장'

이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게 되면서 SK네트웍스의 재무는 신임 수장인 유봉운 기획재무본부장이 맡게 됐다. 유 본부장은 주로 재무와 투자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인물로 지난 2019년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를 인수할 당시 관련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1976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4년 SK네트웍스에 입사해 금융팀과 재무회계팀 등을 거쳤다. 2017년 지주사 ㈜SK 재무1실로 이동했지만 2019년 다시 M&A팀장으로 SK네트웍스에 돌아왔다. 2020년에는 글로벌투자센터의 전신인 투자관리센터장을 맡아 SK네트웍스의 크고 작은 투자에 관여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1월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던 재무실장에 올라 금융팀과 회계팀, 세무팀을 이끌었다. 같은 해 12월 기획재무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시기에 SK네트웍스는 재무라인에 작은 변화를 줬다. CFO 조직이었던 경영지원본부가 기획재무본부와 지속경영본부로 분할됐기 때문이다. CFO가 겸직하던 신성장추진본부장 자리 역시 투자담당 임원에게 넘기면서 유 본부장은 투자보다는 기획과 재무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이러한 그는 현재 회사가 추진 중인 SK렌터카의 완전 자회사 편입 작업을 관장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앞선 8월 이사회를 열어 SK렌터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총 1091만4795주에 대해 주당 1만35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886만2865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를 통해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율을 72.95%에서 91.69%까지 끌어올렸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서는 SK네트웍스 자사주와 교환을 추진한다. SK렌터카 주식 1주에 대해 SK네트웍스 주식 1.92주가 지급된다. SK렌터카는 이르면 2024년 1월 말 상장폐지 된다.

지난해 말 인수한 급속충전기 운영 기업 에스에스차저(현 SK일렉링크)의 성장 지원도 유 본부장의 역할 중 하나로 보인다. 당시 SK네트웍스는 미래 사업 중 하나인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SK일렉링크를 품었다.

SK일렉링크가 충전소 확대 등을 추진 중인 만큼 필요에 따라서 모회사 차원의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유 본부장은 SK일렉링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통상 재계에서는 모회사의 CFO가 계열사의 감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맡아 회사의 재무 관리를 지원한다. 유 본부장이 SK일렉링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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