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GS건설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키로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영업정지 처분 추진과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GS건설의 재무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THE CFO는 실적기반, 유동성, 현금흐름, 차입금 관리 등을 토대로 GS건설의 향후 재무 대응 기조를 가늠해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영업정지' 처분을 실제 발효하면 GS건설은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신규 공사를 수주할 길이 막힌다. 연간 신규 수주액의 80%가 한국 시장에서 나오는 만큼 일시적인 '캐시카우(Cash Cow) 공백' 상황에 미리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익 창출에 기여할 해외기업을 물색해 지분 투자하는 방안이 영업정지 처분 대비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GS건설이 인수한 이니마(Inima), 단우드(Danwood) 등이 글로벌 수주 중심축으로 활약하고 있어 이들 업체가 수행하는 수처리 플랜트 구축, 모듈러(조립식) 주택 건축 '신사업'을 강화하는 전략과도 맞물렸다.
◇글로벌 수주 견인 '이니마·단우드·엘리먼츠' 행정당국이 내리는 영업정지 처분은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데 방점을 찍는다. GS건설의 수익 창출원 가운데 '국내 수주'는 압도적 비중을 구성해왔다. 지난해 국내에서 공사 프로젝트를 새로 계약한 금액은 13조7410억원으로 연간 신규 수주액 16조740억원 가운데 85.5%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에서 새롭게 시공권을 따낸 계약 금액이 4조681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 금액(5조6910억원)의 82.3% 규모다. 기존에 쌓아둔 수주잔고에서도 한국 비중이 단연 많다.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GS건설 수주잔량 56조2560억원 가운데 72.1%인 40조5800억원이 국내 시장에서 확보한 물량인 대목이 방증한다.
공사 수주는 회사의 중장기 수익 실현에 기여한다. 미래에 착공하는 시점부터 공정 진행 정도에 맞춰 매출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국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실제 적용하면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신규 수주를 못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레 GS건설의 '제재 대비' 전략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공사 입찰에 한층 힘을 쏟는데 방점을 찍는다.
글로벌 시장 수주 실적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수처리 분야와 모듈러 주택 부문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2022년 해외 신규 수주액 2조3330억원의 49.8%인 1조1620억원을 신사업 영역에서 책임졌다. 올해 상반기에 국외 신규 수주액 1조100억원 대비 신사업 섹터가 차지한 비중은 73.8%(7450억원)로 지난해 연간 성과와 견줘보면 24%포인트 상승했다.
계열사 △이니마(Inima) △단우드(Danwood) △엘리먼츠(Elements)의 활약상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한 내역을 살피면 수처리 플랜트 제작에 잔뼈가 굵은 이니마가 4340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력·전력공사에서 발주한 해수 담수화 시설 공사를 맡은 대목이 주효했다.
목조 모듈러 주택 건축에 특화된 단우드는 418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따냈다. 철골 조립식 주택 업체 엘리먼츠 역시 960억원의 신규 사업을 수주했다. 영국 런던에서 호텔을 짓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결실을 얻었다.
◇10년간 기업 지분취득 8000억 집행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이들 업체는 GS건설이 인수한 회사라는 공통점을 형성한다. 2012년 GS건설이 국민연금 코퍼릿파트너십펀드와 합심해 스페인 업체 이니마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2억3100만유로(3400억원)를 투입했다. 당시 투자를 계기로 GS건설은 이니마 주식 79.6%를 취득했다.
영국 기업 엘리먼츠는 2020년 1월에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GS건설은 342억원을 투입해 지분 75%를 인수했다. 여세를 몰아 같은 해 3월에는 폴란드에 자리잡은 회사 단우드를 겨냥한 투자도 실행했다. 동유럽 법인 'GS E&C 폴란드'를 활용해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GS건설은 1억4200만유로(1921억원)를 집행했다.
2014년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10년간 GS건설이 기업 지분에 투자한 금액은 8155억원이다. 종속기업 주식을 취득하는데 5479억원을 투입했고 관계기업을 겨냥해서는 2676억원을 집행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한 이니마, 단우드, 엘리먼츠 등이 GS건설 실적 기반에 기여하는 대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기업 투자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해외 기업 투자 기조를 이행하는데 관여하는 핵심 인물은 김태진 재무본부장(부사장)과 허윤홍 미래혁신대표(사장)다. 2014년 이래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을 계속 수행한 김 부사장은 현재 이니마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창업주 일가 4세인 허 사장은 사업지원실장과 신사업부문대표 직책도 함께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