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원칙 있는 대응'이 중요하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담장을 살피면서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최근 건설업계에 '위기'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붙는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영향으로 자금 경색을 겪는 기업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GS건설도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착공 사업장의 PF 우발채무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7000억원이나 된다. 전체 차입금은 4조원을 넘어섰다.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인 잔액이 2조원으로 보유한 유동성과 비슷한 규모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해결사로 나선 곳이 GS건설 재무본부다. 밀린 공사대금 회수 방안, PF 보증을 둘러싼 해법, 유동성 관리 기조 등의 질문을 정리해 보내자 재무본부에서 하루 만에 답변을 보냈다. 시장에서 불거진 위기가 회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발빠르게 대처하는 인상을 받았다. 차분히 답변을 읽으면서 몇 가지 열쇳말이 머리를 스쳤다.
첫번째 원칙은 '끈기'와 '우직함'이다. 발주처에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이 2조원을 웃돈다. 재무본부는 시공 프로젝트별 담당자들과 합심해 미수채권을 점검했다. 끝내 돌려받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물리고 담보도 설정했다. 끈기는 통했다. 여의도 '브라이튼' 아파트 사업장 공사대금 5421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받아낸다.
두번째 원칙은 '위험 분산'이다. 시행사 대출에 GS건설이 지급보증을 서준 금액만 1조7000억원이다. 재무본부는 세 갈래 접근을 제시했다. 올해 안에 착공하면서 브릿지론 7000억원이 본PF로 바뀐다. 내년부터 공사하는 사업장에 보증한 5000억원은 대출로 전환해 상환 만기를 관리한다. 시행사의 시행이익을 담보로 잡은 보증액도 5000억원이다.
마지막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기업이 위기를 견디는 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유동성에서 나온다. 여윳돈을 충분히 비축해두면 갑작스러운 자금 유출에 원활히 대처할 수 있다. GS건설 재무본부가 올 한 해 현금 확보와 유지에 전념하는 이유다.
'우량자산 처분'까지 거론한 대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GS이니마에 관심이 쏠린다.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갖춘 자회사로 GS건설의 신사업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12년 전 3400억원을 투입해 사들인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조6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GS이니마 매각이 자금 확충의 묘수가 될지 지켜봐야겠다.
사업 순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채헌근 전무를 필두로 재무본부가 활약해 왔다. 답변한 대로 잘 이행한다면 GS건설이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도약하는 기회를 얻겠다는 확신이 든다. 한나절 이어지는 성난 바람을 무사히 견디면 푸른 하늘이 눈앞에 드러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