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GS건설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키로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영업정지 처분 추진과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GS건설의 재무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THE CFO는 실적기반, 유동성, 현금흐름, 차입금 관리 등을 토대로 GS건설의 향후 재무 대응 기조를 가늠해본다.
GS건설이 지난 4월 아파트 붕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책정한 비용은 5524억원이다. 철거와 재시공,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 등을 합한 금액이다. 올해 상반기 254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적자 전환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고는 뼈아팠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사고 수습을 위해 책정한 5524억원을 우선 비용으로 처리했을 뿐, 실제 회사가 이만큼의 현금을 쓴 건 아니다. 오히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3603억원의 현금이 회사로 들어왔다. 대규모 현금 유출과 그에 따른 영향은 철거와 재시공,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 등이 이뤄질 때 현실화될 전망이다.
◇오히려 좋아진 영업활동현금흐름, 이유는 올해 상반기 GS건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 3603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라는 건 주택과 신사업, 플랜트 등의 사업의 결과로 회사에 현금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그 자체로도 유의미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1553억원(75%) 많은 현금이 유입됐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영업손실과 정반대 모습을 보인 건 사고 5524억원에 이르는 수습 비용이 '충당부채'이기 때문이다. 충당부채란 미래에 현금이 유출될 것은 확실하지만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줘야 할지 확정되지 않은 부채를 말한다. GS건설은 사고 수습 비용을 공사손실충당부채와 기타충당부채로 구분해 처리했다.
충당부채는 회계 처리한 시기에 손익계산서의 비용으로 처리한다. 올해 상반기 GS건설이 영업손실 전환한 이유다. 반면 현금흐름표에서는 마이너스(-)로 표현되는 유출로 인식되지 않는다. 5524억원을 수습 비용으로 책정했지만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줘야 할지 확정되지 않아 실제 지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언젠가 쓸 수밖에 없는 5524억원을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 등에 투자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자산은 여러 자산 가운데 가장 빠른 시일 내(최대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다. 언제 지급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환금성 높은 자산으로 일단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투자 축소·차입 확대로 확보한 사고수습 비용 5524억원의 사고 수습 비용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시점은 현장 철거와 재시공,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이 시작될 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최대 5년간 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1100억원 수준이다. 당분간 1100억원의 현금 유출이 고정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유출(-72억원)로 전환된 상황에서 이러한 예상치 못한 대규모 현금 유출 일정은 GS건설의 현금 지출 계획을 꼬이게 만든다. 수처리와 해외사업개발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높은 이자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부 차입을 해야 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금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PF 브릿지 연장과 본PF 전환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단기 유동성 리스크는 예상되지 않지만 신사업 투자에 대해서는 일부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만 보면 GS건설은 투자도 줄이고 외부 차입도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에 투자활동에 3300억원 적은 현금을 썼고 은행 대출과 사채 발행 등으로 1300억원 많은 현금을 빌렸다. 어느 한 쪽만 선택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대규모 현금 유출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5524억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충당부채의 특성 중 하나는 사고 수습을 위해 부담할 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사고 수습 비용으로 책정한 5524억원에서 더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GS건설의 현금 지출 계획은 더 꼬이게 된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 3사까지 회사채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과 부정적 검토'로 조정한 상황이다. 사고 수습 비용을 외부에서 조달하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자체 보유 현금으로 추가 비용과 PF유동화증권 만기 등에 대응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 책정한 5524억원 수준에서 사고 수습을 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충당부채 5524억원을 쌓았다"며 "더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H, 입주예정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