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그토록 피하고 싶던 악재가 터졌다. 한국신용평가가 GS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국토교통부의 영업정지 10개월 처분 발표가 트리거였지만 사망자가 없는 사고인 데다 가처분 신청과 최종 결정까지 최소 몇 달 걸리는 만큼 GS건설 입장에선 매를 가장 빨리 맞은 셈이다.
당장 GS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태진 재무본부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됐다. 대규모 자금 동원이 필요한 건설사 특성상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차입 조달하는데 신용등급이 악화되면 이자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차환, 만기도래 회사채와 차입금 대응과정에 따라 향후 신용등급 추가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김 본부장의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GS건설이 10년 전 '어닝쇼크' 이슈를 숨긴 채 회사채 발행을 감행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 문제를 겪은 만큼 신용평가사에서 이번엔 선제적으로 신용평가 조정 카드를 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GS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GS건설이 정부로부터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향후 신규 수주 등 주택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GS건설의 검단 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 컨소시엄에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처분이 확정될 경우 GS건설이 해당 기간 동안 신규수주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인천 검단 사고 현장을 전면 재시공하는 데 따른 대규모 재무부담까지 가중됐다. 재시공에 따른 비용 5524억원을 일시에 인식했기 때문이다.
최근 GS건설은 재시공 비용 외에도 신사업을 추진하고 운전자금이 늘어나면서 차입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GS건설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1년 말 3조8825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8684억원, 올해 6월 5조8892억원까지 늘었다. 부채비율도 2021년 211.6%에서 지난해 말 216.4%, 올 6월 244.8%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7.2%에서 올해 6월 -3.6%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분양경기가 부진하고 건설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되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 여건도 기존보다 악화되고 있다.
이같이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면서 PF 유동화증권의 차환 대응 우려도 커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GS건설의 연결 기준 PF보증은 유동화증권을 포함해 2조9641억원이다.
이 가운데 도급사업 1조6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미착공사업장으로 구성돼있다. 향후 CFO인 김태진 재무본부장이 우발채무 부담 해소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향후 GS건설 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강등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김 본부장을 중심으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등 외부 시장관계자들과의 소통 확대 중요성도 거론된다. 앞서 2013년 GS건설은 어닝쇼크 발표를 며칠 앞두고 이를 숨긴채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는 해외 건설 부실 사태가 다수 발생할 때였다. 이에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어닝쇼크 사실을 숨겼다는 점은 GS건설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반감시키는 변수가 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결과 GS건설이 해당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투자위험 요소를 증권신고서에 누락한 게 밝혀졌다. 결국 증권선물위원회는 GS건설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연이어 GS건설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부실공사뿐 아니라 시장과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향후 신용등급을 비롯해 GS건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향방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