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GS건설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키로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영업정지 처분 추진과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GS건설의 재무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THE CFO는 실적기반, 유동성, 현금흐름, 차입금 관리 등을 토대로 GS건설의 향후 재무 대응 기조를 가늠해본다.
GS건설의 회계장부 바깥에는 '뇌관' 1조6000억원이 숨어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해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는데, 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GS건설에서 대신 갚겠다고 보증한 금액이다.
GS건설이 PF에 신용을 보강해준 금액을 감안한 실질부채비율은 280%에 육박했는데 반년새 3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시행사가 제때 원리금을 못 갚아 GS건설로 상환 부담이 전이되지 않도록 개발사업을 점검하는 과제가 부각될 전망이다.
◇12조 총부채, PF 신용보강 반영하면 '14조' 건설사가 수행하는 본업은 PF와 맞닿아 있다. PF는 부동산을 개발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시행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앞세워 은행·증권·캐피탈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실탄을 마련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자칫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시공을 맡는 건설사가 '지급 보증'을 한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건설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대출 원리금을 떠안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건축물·인프라 등을 짓는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와 달리 낮아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완공 이후 미분양 등으로 현금흐름 창출이 여의치 않으면 시행사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차입금을 갚는데 난항을 겪고 건설사로 재무 부담이 전이된다.
GS건설 역시 다양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PF와 밀접한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시행사의 차입 과정에서 GS건설이 금융권과 업무협약을 맺어 지급 보증한 금액이 올해 6월 말 기준 1조622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1조4776억원 대비 9.8% 늘어난 규모다.
PF 대출을 겨냥한 지급 보증액은 회사 재무상태표에 인식되지 않는다. 다만 시행사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GS건설이 상환 부담을 짊어진다. 예기치 못한 시점에 갑작스레 부채로 확정되기 때문에 '우발채무'로 분류된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12조7209억원이다. PF에 대해 신용 보강한 금액 1조6221억원을 더하면 총부채는 14조3430억원까지 불어난다. 이를 토대로 집계한 실질부채비율은 276%로 같은 시점 장부 내에서 계상한 부채비율 244.8%보다 31.2%포인트 높다. 지난해 말 실질부채비율 243.9%과 견줘보면 반년새 3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급보증액 중 60% '유동화증권' GS건설이 시행사 차입에 대해 보증한 금액 가운데 단연 많은 비중을 구성하는 건 유동화증권이다. 신용을 보강해준 잔액 가운데 59.8%인 9693억원을 차지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자산담보부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유동화증권의 기초자산은 PF 대출 채권이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 자금을 추가 확보하는 수단으로 ABCP와 ABSTB를 활용해왔다. 상환 기간은 3개월, 6개월, 1년 등 '단기'에 포진했다. 2023년 6월 말 GS건설의 PF 대출 지급보증 잔액 중 61.9%를 차지하는 1조37억원의 보증기간이 12개월인 대목이 방증한다.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에 쏠려 있다. 지급보증액 중 3826억원(23.6%)의 만기가 2024년 1분기로 설정돼 있다. 잔액 중 23.7%를 구성하는 3840억원 역시 내년 4~6월을 만기로 정해놨다.
GS건설이 신용을 보강한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 가운데 DSD삼호에 대한 채무 지급보증액이 2976억원(4건)으로 가장 많았다. DSD삼호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아파트 개발사업 등을 수행하면서 GS건설과 연을 맺었다. 뒤를 이어 △소백(2934억원) △하늘이엔씨(1645억원) △석정도시개발 등의 시행사 채무도 지급 보증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일각에서는 PF 대출 지급보증액이 재무적 위험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7월 보고서를 내고 "GS건설의 평판 리스크 확대가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PF 개별 사업성과 무관하게 유동화증권 차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신용 보강액이 자칫 상환 부담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는 과제가 한층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