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키로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영업정지 처분 추진과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GS건설의 재무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THE CFO는 실적기반, 유동성, 현금흐름, 차입금 관리 등을 토대로 GS건설의 향후 재무 대응 기조를 가늠해본다.
GS건설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현금이다. 검단 현장 붕괴사고의 재시공 및 보상비용 목적으로 쌓은 충당부채(5524억원)는 향후 예상된 현금유출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즉 나중에 현금유출을 대비해 실탄을 미리 비축해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연초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상반기 중 재무활동을 통해 6465억원을 확보한 것은 '신의 한수'다. 이번 사태로 시장성 조달 여력이 약화됨에 따라 회사채 추가 발행이 여의치 않게 됐다. 향후 1년 내 만기 도래할 단기성부채 대응여력이 중요해졌다.
◇보유현금 3.4조…앞서 3월 회사채 증액무산 아쉬워
지난 4월 벌어진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10개월의 고강도 행정처분이 추진되면서 GS건설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게 3가지다. △평판리스크 확대로 인한 국내 영업력 제한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 △충당부채 현실화에 따른 재무 부담이다.
GS건설이 2분기 반영한 충당부채 5524억원은 추후 일어날 현금 유출을 미리 장부에 오려놓은 것이다. 회계상 손실로 기록되지만 당장 현금 유출이 생기진 않는다. 향후 5년간 재시공과 보상이 시행될 시점에 유출이 이뤄진다. 현금 소진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할 시간도 있다.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다만 GS건설에 대한 투심 악화와 신용등급 전망 하락 등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되면서 시장성 조달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슈가 있는 건설사들은 현재 자력으로 공모채 발행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둔촌주공 사업지 PF 차환이 안 되면서 사업비를 떠안을 위기에 처했던 롯데건설이나 지난해 광주 붕괴사고를 냈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직 공모채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GS건설은 미리 조달해 비축한 현금이 6월 말 기준 3조4000억원으로 꽤 많다. 특히 상반기 중 차입 등 재무활동을 통해 끌어온 현금이 6465억원, 영업활동에서 투자활동을 제한 순유입 현금이 370억원으로 총 7054억원을 늘렸다.
사고 발생 전인 앞서 3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게 주효했다. 당초 '1500억원+1000억원'으로 총 2500억원을 찍어내려 했으나 편법 증액 논란이 불거지면서 1500억원에 그친 게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고금리로 접수된 일부 유효수요를 배제한 채 조달 금리를 낮추고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는 게 문제시 된 탓이다.
◇내달 21일 만기 외화채 대응이 분기점
GS건설을 둘러싼 주요 재무이슈는 결국 기존부채의 차환 가능성으로 귀결된다. 지난해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Danwood S.A.)'와 영국 소재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Elements Europe Ltd.)' 지분 인수를 비롯해 M&A에 따른 자금부담과 차입금 이관, 기성 진행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환율에 따른 외화차입금 변동 등으로 2019년 이후 부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 6월 말 현재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44.8%, 총 차입금은 5조9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은 2조6267억원(44.6%) 정도,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PF 우발채무(정비사업 제외)는 1조6000억원이 있다.
아직은 보유현금으로 유동성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만기 도래하는 유동화증권의 차환 여부와 차입금 대응이 재무적 관점에서 주요 포인트가 됐다.
GS건설 내부적으로도 추가 회사채 발행 등의 시장성 조달을 고려치 않고 있다. 당분간은 가진 현금으로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회사채 가운데 1년 내 만기가 돌아올 차입금은 4349억원, 신용강등 우려가 있는 원화채는 2000억원이다. 이것도 내년 4월이 만기라 대응할 시간이 남아 있다.
가장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외화채다. 2231억원 규모 외화채의 만기가 내달 21일이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국내처럼 신용등급을 조정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물론 차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채(2232억원)는 차환이 아닌 만기연장을 결정한 것도 버티기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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