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차입·유증 '총력'…자금 조달 우려 상당 해소"
- "차입 외 유증 필요성 실감, 2차 유증 없이 자산 효율화 검토"
- "1.3조 유상증자,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상승 토대 확신"
SK이노베이션이 변신하고 있다. 2021년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세운 뒤 기존 '카본(탄소)' 중심적 사업에서 '그린(친환경)' 사업으로의 대전환 시기에 있다. 그린 사업의 중심은 단연 자회사 SK온이 주도하는 이차전지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사업은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가 프리IPO로 핸들을 틀었고 이 과정에서도 대외 환경 악화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시장과 수주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고 시설자금 확보는 SK이노베이션의 최대 이슈가 됐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온은 1년 만에 한화로 약 10조원이라는 엄청난 실탄을 마련했다.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와 외화채 조달, 정책자금 확보, 유상증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THE CFO는 SK온의 자금 확충 작업이 일단락된 현 시점에서 SK이노베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양섭 부사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결정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전반적인 자금 조달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내부 평가를 물었다. 이외 조달 활동을 둘러싼 각종 시장의 궁금증을 질문했다.
Q. SK이노베이션(SK온)은 작년 말 프리IPO를 비롯,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등 단기간 내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향후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유동성 마련 측면에서 현재까지의 자금 조달 성과를 내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또 유동성 관련 리스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가.
A. 김양섭 부사장 = 2021년 7월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카본 투 그린' 전략을 통해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린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밝혔던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사업 등 그린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시장 내 당사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 SK온의 프리IPO와 미국 에너지부 사상 최대 규모의 정책자금 유치 등 주요 자금 조달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한다.
하반기에는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의 긍정적 전망과 더불어 배터리 사업의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신규 공장의 생산성 향상 및 판매량 증대와 더불어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의 영업이익 반영 등이 기대된다. 개선되는 수익성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기존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는 대규모 투자에도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Q. SK이노베이션은 최근 1조3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외부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대신 유증을 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재무건전성 제고를 의식하고 향후 더 많은 자금조달을 위한 선택이었나. 유증을 통해 채무 상환을 하기로 했는데 차환 대신 상환을 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A. 김양섭 부사장 = 유상증자 의사 결정은 향후 투자 규모와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추후 수익성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과 감내 가능한 수준의 차입 등을 고려했을 때 자본 확충을 통한 조달이 일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Q. SK이노베이션은 약 1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 조달은 계획에 없었는가.
A. 김양섭 부사장 = 자사주 매각을 통한 재원 확보도 옵션에 있었다. 자사주는 전량 주주환원 목적으로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이 전제 아래 자사주 매각 대비 유상증자가 더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매각은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 대상으로 진행된다. 기존 주주가 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도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Q. 유상증자를 비롯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투자 수요는 추후에도 발생할 것이다. 향후에도 자금이 필요할 경우 2차 유상증자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가.
A. 김양섭 부사장 = 추가 유상증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향후에는 각 사업의 양호한 여업현금흐름과 적극적인 자산 효율화를 통해 투자 재원을 조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자산 효율화 방안을 생각 중인가.
A. 김양섭 부사장 = '카본 투 그린' 전략의 큰 틀 속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비전략자산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검토 중이다. 가시화되는 시점에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적극 소통하도록 하겠다.
Q. 금번 1조3000억원 유상증자가 추후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상승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김양섭 부사장 = 유상증자 자금 활용 중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은 수소·암모니아, 폐기물 가스화, 탄소 포집 등 분야 기업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이는 2021년부터 추진 중인 '카본 투 그린' 전략의 일환이다.
수소·암모니아 사업에서는 'Amogy'사에 투자했다. Amogy 사는 세계 최초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기업이다. 폐기물 가스화 사업과 관련해서는 2021년 말 세계 최초 페기물 가스화 기반 합성원유를 상업 생산한 'Fulcrum Bioenergy' 사에 투자했다. 올해 5월에는 분리막을 활용한 탄소 포집 기술력을 보유한 '에어레인'에 투자했다.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그린 사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30% 수준이던 그린 자산 비중은 올해 말 60%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빠른 2024년에 그린 자산 비중이 7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온은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 사업구조 확보를
통해 갖추고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이 그린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원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