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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까지 나섰던 SK온 '급한 불 끄기'…CFO들 '진땀'

상반기 CAPEX만 5조, 조달·재무구조 관리는 여전히 과제

박기수 기자  2023-08-14 15:55:09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올해 상반기 SK온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라인은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그룹 미래를 건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함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돈을 끌어모았다. 돈이 필요한 주체는 SK온이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인력들도 SK온의 급한 불 끄기에 총동원됐다.

양 사의 노력으로 단기간 내 수조원을 끌어모으는 성과를 냈다. 다만 SK온이 여전히 자본적지출(CAPEX) 대비 충분한 내부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조달은 여전히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조달 과정에서 악화한 재무구조 관리도 장기적인 해결 과제로 보인다.

◇반 년 만에 8조원 이상 조달…CFO들 동분서주

최근 3~4년 간 SK온은 어수선한 환경에 있었다. 경쟁사와의 배터리 분쟁부터 사업부 분할, 기업공개(IPO) 대신 프리IPO(Pre-IPO)를 추진하는 등 선발주자를 따라가기 바쁜 회사 로서 이겨내야 할 과제들이 많았다. 금리 상승과 투심 악화로 프리IPO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되는 과도기를 보냈다. 이 와중에 시장은 계속 성장했으며 사이즈를 맞춰갔던 SK온에는 가장 중요한 점이 결핍돼 있었다. '돈'이다.

작년 말 프리IPO로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한투PE)으로부터 끌어모은 1조2000억원을 시작으로 9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비롯해 올해 6월 싱가포르 투자자로부터 받은 약 5300억원의 투자까지 SK온은 한화로 약 8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김양섭 부사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이, 회사채 발행 등은 김경훈 부사장의 SK온이 맡았다. 이외 협력사인 현대차·기아로부터 최대 2조원을 차입할 수 있는 계약까지 맺는 일종의 조달 성과를 거뒀다.


◇커지는 부채부담…하반기 자금수요 대응력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SK온은 CAPEX로 4조8087억원을 기록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상반기 연결 기준 CAPEX로 기록한 5조5643억원의 86%가 SK온 몫이다.

다시 말해 SK온은 올해 상반기에 새로 들어갈 돈만 최소 5조원이었다는 의미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3조원대 후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공격적 조달의 배경이 파악되는 대목이다.

실제 반기보고서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SK온은 올 상반기 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1조9567억원의 순차입을 일으켰다. 이외 SK온과 SK온 미국법인 등의 유상증자로 4조1868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상반기 CAPEX 등 자금 소요를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드러난다.

차입과 증자, 자산 취득 등을 거쳐 상반기 말 연결 기준 SK온의 곳간에는 현금 3조2177억원이 남았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하면 3조7635억원으로 늘어난다.


최근 2분기 SK이노베이션 실적발표회에서 김양섭 CFO는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연결 CAPEX 규모로 '10조원'을 언급했다. 상반기 CAPEX분을 제외하면 약 4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80~90%가 SK온의 몫이라고 가정하면 하반기 SK온의 CAPEX 규모는 약 3조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말 기준 SK온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비슷한 규모다.

상반기 조달러시로 남은 올해의 투자 재원은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여전히 SK온이 충분히 현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이 목표인 SK온은 내년과 그 이후에도 시장 성장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재원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커지는 부채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SK온은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로 17조92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15조3238억원보다 17% 늘어난 수치다. 자본총계는 9조7730억원으로 작년 말 5조9360억원보다 65% 늘어났지만 이는 자체 현금창출력이 아닌 증자 효과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부채비율은 18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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