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롯데쇼핑의 롯데하이마트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도 빅딜(Big deal)이었다. 가전유통 시장 개척과 더불어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과의 시너지 창출을 고려한 인수였다. 롯데하이마트 인수가 가지는 의미는 관련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사들의 지난 발자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렌탈, 푸드, 미래전략의 요직을 거치면 그룹을 리딩했었다. 대부분 롯데그룹을 떠났지만 현직에 남아있는 장호주 롯데쇼핑 부사장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유통군의 재무를 컨트롤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책임진 '롯데쇼핑 경영진들'
롯데하이마트가 롯데쇼핑에 인수된 시기는 2012년이다. 약 10년이 지난 만큼 인수 작업에 관여했던 임원 중 현직에서 활동하는 인사는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임원에 오른 시기가 짧았던 인사들은 최근까지 그룹 내 계열사에서 활동했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은 롯데그룹을 떠난 상태다.
우선 롯데하이마트를 품을 당시 롯데쇼핑에 대표이사를 지냈던 고(故) 이인원 전 부회장과 신헌 전 사장은 그룹을 떠난 상태다. 이들이 각각 1947년생과 1954년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경영을 후임자에게 물려주는 형태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라인 측면에서도 현직에 머물고 있는 인사는 거의 없다. 다만 2012년을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에 속했던 만큼 최근까지 롯데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다.
당시 롯데쇼핑 재무라인의 주요 인사는 김현수 재무부문장 전무와 조도행 재무무분장 이사, 장호주 재무담당 이사, 현충효 재무담당 이사 등 4명이었다. 이들은 롯데쇼핑의 각 사업 부문의 재무를 책임졌으며 롯데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업무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키맨들이다. 이 가운데 장 전 이사만이 현직 인사다. 그는 현재 롯데그룹 유통군HQ의 재무혁신본부장 부사장을 지내고 있으며 롯데쇼핑의 CFO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김 전 재무부문장의 경우 2022년까지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옮겨 다니며 재무와 경영을 책임졌다. 1956년생인 그는 1984년 롯데산업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재무·회계팀장과 재무담당 이사, 롯데쇼핑 재무부문장을 거쳐 2010년 2월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2012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는 롯데인천개발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이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과 롯데물산 대표, 롯데렌탈 대표를 지낸 후 2023년도 롯데그룹 정기 인사에서 용퇴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의 전신 롯데미래전략센터 출신들 역시 현직 인사는 없다. 다만 롯데그룹의 중장기 비전 수립 등을 위해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조직인 만큼 관련 출신들 또한 주요 계열사의 대표 등을 지낸 게 특징이다. 2002년 롯데경제연구실로 시작한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2009년 롯데경제경영연구소와 2012년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을 거쳐 2017년에 독립법인으로 분리됐다.
롯데하이마트 인수 당시 롯데쇼핑 내 미래전략센터에서 근무했던 주요 인사는 임병연 이사와 이진성 이사, 백인수 이사, 신광철 이사 등이다. 그 중 임 전 이사와 이 전 이사가 최근까지 그룹 내 계열사에서 활동했다.
1964년생인 임 전 이사의 경우 그룹의 방향성과 정책을 수립하는 데 공헌했다. 2012년 롯데미래전략센터장을 시작으로 롯데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은 게 롯데그룹에서의 마지막 임무였다.
이 전 이사는 롯데쇼핑을 떠나 식품군에서 활약했다. 1969년생인 그는 동원F&B와 CJ제일제당 등을 거쳐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산업연구팀장에 부임하며 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2014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로 승진했고 2016년부터는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를 겸직했다.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옛 롯데푸드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옛 롯데푸드가 옛 롯데제과와 합병해 롯데웰푸드로 바뀐 뒤에도 2022년 말까지 사업대표를 맡아 영업과 마케팅 등을 총괄했다.
◇현직 '장호주 CFO'...유통군 재무 총괄
장 부사장은 롯데하이마트 인수 시점부터 현재까지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인사(총수일가 제외)다. 롯데쇼핑의 CFO 역할과 유통군 재무의 전반을 컨트롤하고 있는 만큼 그의 그룹 내 영향력 또한 작지 않다.
장 부사장이 재무혁신본부장으로 있는 유통군HQ는 그룹 내 주요 유통 계열사들의 경영관리 등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세부적으로는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코리아세븐, 에프알엘코리아, 롯데GFR, 한국에스티엘, 롯데멤버스 등 8곳이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현재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사업군인 식품과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통해 1인 총괄 대표를 선임하고 있다. 다만 이완신 전 호텔군 HQ총괄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게 되면서 관련 HQ조직의 기능과 규모는 분산·축소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HQ조직이 사업군 내 계열사들의 향후 방향성 등을 관리하는 만큼 장 부사장의 주요 업무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롯데쇼핑의 재무와 더불어 각 유통군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 제고 등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에게 이러한 중책을 맡긴 이유는 오랫동안 롯데그룹의 재무부문에 몸담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60년생인 장 부사장은 1987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롯데그룹에 입사해 호텔롯데, 정책본부 지원실 재무팀 등을 두루 거쳤다. 2008년 호텔롯데에서 이사대우로 임원이 됐다. 2013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롯데쇼핑으로 옮겼고 이후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전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장 부사장에게 롯데하이마트의 경영 정상화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는 게 업계 평가다. 유통군 계열사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롯데하이마트의 영업현금창출력 회복 등 재무건전성 제고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롯데하이마트의 적자가 롯데쇼핑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을 보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