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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C레벨 교체 속 '선두' 내준 롯데하이마트

②CEO·CFO 등 경영·재무 변화, 시장 점유율 2위로...삼성스토어 33.8% 추월

박규석 기자  2023-08-22 15:51:18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롯데하이마트가 가전 유통시장 점유율에서 경쟁사 삼성스토어에게 선두 자리를 추월당했다. 롯데그룹 편입 이후 처음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C레벨(C-Level)에 해당하는 대표이사와 재무수장을 교체했지만 매출 하락 등을 막지 못한 영향이 컸다.

◇약진한 삼성, 뒷걸음친 롯데

국내 가전 유통시장은 크게 4개 기업이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다. 각종 가전브랜드를 취급하는 '카테고리 킬러(전문할인점)' 사업 형태의 롯데하이마트를 비롯해 삼성스토어와 LG전자베스트샵, 전자랜드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스토어와 LG전자베스트샵이 그룹 내 계열사가 제조한 가전을 판매한다면 전자랜드는 롯데하이마트와 같은 전문할인점 구조다.

이러한 4강 체제는 오랫동안 유지됐다. 사업의 특성상 일반 소매유통과 비교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제품의 보관과 배송, 설치를 위한 시설과 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주요 상권 내 넓은 부지 선점, 마케팅, 연도별 수요 예측 등이 필요하다. 가전의 사후 관리를 위한 고객관리 측면에서도 전문성이 수반된다.


롯데하이마트는 4개 기업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관련 기조는 롯데쇼핑에 인수된 이후로도 지속됐다. 롯데그룹 편입 이후 기록한 최고 점유율은 2015년 48.7%다. 같은 기간 2위와 3위였던 삼성스토어와 LG전자베스트샵은 각각 27%와 18%에 머물러 있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롯데하이마트보다 3.7%포인트 낮은 45%였다.

다만 공고했던 롯데하이마트의 시장 지배력은 지난 2018년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고점을 찍은 지 4년 만에 점유율이 40.7%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38.7%를 기록하며 40% 이하로 떨어졌고 관련 기조는 2022년 말까지 이어졌다. 롯데하이마트의 작년 시장 점유율은 32.7%다.

롯데하이마트가 고전하는 사이 삼성스토어는 점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2018년 말 기준 25.2%에 불과했던 삼성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상승해 2022년 말에 33.8% 기록했다. 이를 통해 삼성스토어는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 선두를 지켰던 롯데하이마트를 1.1%포인트 차이로 앞지르게 됐다.


삼성스토어가 향후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련 기류를 유지·강화 위한 움직임은 올해 3월에 단행된 브랜드명 변경에서 엿볼 수 있다. 명칭 변경을 계기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이종산업 협업(복합 문화 공간), 온오프라인 연계 강화 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스토어도 롯데하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소비 위축과 이사·혼수 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프라인 가전 판매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는 삼성스토어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C레벨 인사' 연이어 교체...경영 정상화 강수

롯데하이마트가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영 정상화의 일환으로 비효율 점포 개선과 온라인 채널 강화, 희망퇴직 신청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C레벨 인사인 대표이사와 재무수장을 새롭게 선임하기도 했다. 최근 3년 동안 대표이사 등이 연이어 교체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제고 등을 위한 인사였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전문경영인(CEO)에 해당하는 대표의 경우 각각 2021년과 2023년도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교체가 단행됐다. 우선 황영근 전 대표가 전임자 이동우 대표를 대신해 롯데하이마트의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현재는 남창희 대표가 회사의 경영을 컨트롤하고 있으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업에 특화된 인사라는 대목이다.

1967년생인 황 전 대표는 롯데그룹 내에서 '구매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1992년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를 시작으로 약 10년간 점포에서 업무를 익혔다. 이중 가전부문·상품매입 직무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2015년 롯데하이마트 상품전략부문장을 맡은 이후 가전부문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대표에 올랐다.

황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롯데하이마트의 방향키를 잡게 된 남 대표 또한 영업 파트에 특화된 인사다. 1966년생으로 한양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에 롯데쇼핑으로 입사했다. 이후 롯데마트 마케팅본부장과 상품본부장, 그로서리본부장, MD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에 롯데슈퍼 대표로 승진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비슷한 시기에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재무부문장도 새로운 인사를 중용했다. 2020년의 경우 이상학 전 부문장이 회사의 재무라인을 총괄하게 됐다. 당시 롯데하이마트가 비효율 점포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무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이 부문장 또한 앞선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롯데그룹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인물이다. 대부분을 회계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1969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호텔롯데 경영관리본부에 입사했다. 2002년부터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정책본부에서 11년간 자금과 회계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롯데하이마트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2013년부터다.

다만 이 전 부문장의 임기는 길지 않았다. 2021년 초에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에서 재무1팀장을 맡았던 박상윤 CFO가 롯데하이마트의 신임 부문장으로 왔기 때문이다. 1971년생인 박 부문장은 2000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했다.

2015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지원실을 시작으로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재무1팀, 롯데정보통신 재무부문장 등을 역임한 인사였다. 박 부문장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롯데하이마트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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