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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

양주일, 4800만명 쓰는 카카오톡 질적 성장 이끈다

⑤네이버부터 NHN, 카카오, 그라운드X까지 두루 거친 '전문가', 카톡 변화·혁신 주도

이지혜 기자  2023-07-20 07:57:18

편집자주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국내 IT기업의 선두로 꼽히는 카카오가 글로벌로 진격하겠다며 선포한 비전이다. 엔터, 모빌리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가 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ESG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게 카카오의 청사진인 셈이다. 카카오의 이런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꿀까. 카카오 비전 실현의 '키맨'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를 조명해 봤다.
4800만명. 카카오톡 가입자를 의미하는 수치가 아니다.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뜻한다. 한 달에 한국 인구의 93%가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는 의미다.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 국가에서 재난문자까지 보낸 건 그만큼 카카오톡의 중요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카카오가 ‘전국민의 메신저’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 경쟁력의 핵심이자 근원인 카카오톡을 이끄는 인물은 양주일 부문장이다. 양 부문장은 네이버와 NHN 계열사 대표를 거쳐 2021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특이점은 양 부문장이 카카오그룹의 블록체인 플랫폼 관련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그라운드X 대표와 겸직한다는 점이다.

양 부문장이 다양한 IT플랫폼 기업을 거친 만큼 카카오톡을 활용해 여러 사업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카카오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세분화로 카카오톡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사업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데 부합한다.

◇네이버-NHN-카카오-그라운드X까지, IT업계 두루 거친 플랫폼 ‘전문가’

2023년 4월 14일, 카카오가 신규 카카오톡 부문장으로 양주일 그라운드X 대표를 선임했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그룹에서 블록체인 플랫폼과 관련한 서비스 연구개발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기업이다. 카카오화폐라 불리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클레이튼 플랫폼’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가 해외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기 위해 설립한 카카오G(Kakao G Corp.)의 자회사 크러스트 유니버스(Krust Universe Pte. Ltd.)가 지분 96.64%를 보유했다. 카카오-카카오G-크러스트유니버스-그라운드X로 지분구조가 이어진다.


양 부문장은 그라운드X 대표와 겸직하며 카카오톡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다. 카카오는 양 부문장 선임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IT기업에서 일하며 IT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카카오에 합류해 지갑사업실을 이끌며 카카오톡과 연계한 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이 있다”며 “카카오톡의 다양한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 양 부문장의 이력은 화려한 편이다. 1998년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컴퓨터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이후 NHN이 네이버에서 떨어져 나오기 전 약 11년 동안 일했다.

2013년 8월 NHN이 네이버에서 떨어져 나온 뒤 양 부문장은 NHN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처음 약 1년 간은 NHN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일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NHN티켓링크 대표에 올랐다. NHN티켓링크는 예매사이트인 티켓링크를 NHN이 2014년 인수한 기업인데 양 부문장이 대표로서 유기적 결합과 화학적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후에도 양 부문장은 2015년터 2021년까지 NHN벅스 대표를 지냈다. 그 사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SBS와 NHN의 합작회사 AMP의 공동대표도 겸직했다.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21년이다. 카카오 지갑사업실장 부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약 1년간 인증서와 전자문서, 이모티콘, 톡서랍 구독 플랫폼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지난해부터는 그라운드X 대표로 옮겨갔다. 그리고 올 들어서 그라운드X 대표에 더해 카카오톡 부문장까지 함께 맡았다.

◇‘질적 성장·변화’ 절실한 카카오톡, 양주일 ‘중책’

카카오가 양 부문장을 카카오톡을 이끌 수장으로 선택한 데는 그만큼 변화가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톡이 속한 톡비즈사업은 크게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메신저와 다음(DAUM) 등 포털사업, 그리고 커머스사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카카오톡 등 메신저사업은 사실상 광고밖에 수익원이 없다.


카카오톡 비즈보드, 톡메시지, 네이티브 광고 등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광고주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소재를 노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카카오는 경기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양화해 광고 기회를 늘리려는 이유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해 5월 열린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광고사업은 경기민감도를 낮추고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메시지 비즈니스 확대를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톡비즈사업이 꾸준히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런 기세가 꺾이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세분화하고 있다. 양방향에서 일방향으로, 커뮤니티나 사업 관계의 비지인으로, 실시간에서 비실시간성으로, 일대다로 세분화해 카카오톡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친구 1000명 이상의 톡 채널 수를 2022년 5만9000개에서 올해 30만 개로 5배 늘리는 게 목표다. 또 오픈채팅탭을 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온라인 광고 점유율을 현재 18%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카카오톡 하나로 사업을 알리고, 고객을 모으고, 예약과 구매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사업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카카오톡의 궁극적 청사진인 셈이다.

양 부문장이 카카오톡 부문장에 선임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네이버, NHN 등 플랫폼기업에서 여러 사업을 이끌어 경험이 풍부한 만큼 카카오톡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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