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

양호철·이효진, 커머스 거래액 10조 향해 '진격'

③이커머스·재무 전문가를 '공동 대표'로, 사업·재무 '밸런스' 방점

이지혜 기자  2023-07-17 11:15:18

편집자주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국내 IT기업의 선두로 꼽히는 카카오가 글로벌로 진격하겠다며 선포한 비전이다. 엔터, 모빌리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가 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ESG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게 카카오의 청사진인 셈이다. 카카오의 이런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꿀까. 카카오 비전 실현의 '키맨'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를 조명해 봤다.
플랫폼기업은 빠르게 바뀌는 IT산업지형에 대응하고자 시시각각 조직을 바꾼다지만 카카오에서도 유독 많은 변화를 거친 곳이 있다. 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이다. 카카오는 쇼핑사업부를 분사했다가 3년 만에 다시 카카오에 흡수합병해 CIC체제로 전환했다가 커머스사업부로 만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커머스CIC체제로 바꿨다.

많은 변화를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사업에 대한 카카오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머스CIC는 카카오의 핵심 수익원인 ‘선물하기’ 등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중요성이 큰 것은 물론 위상도 높다. 48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삼기에 성장잠재력도 크다.

커머스CIC를 이끄는 수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커머스CIC는 현재 양호철과 이효진 공동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양 대표는 커머스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 대표는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커머스CIC가 카카오의 핵심적 이익창출원인 만큼 사업과 재무건전성의 균형을 잡고자 카카오가 양 대표와 이 대표를 공동 대표로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커머스·재무 전문가 ‘공동 대표’로…커머스CIC ‘균형’

2022년 10월 카카오가 커머스CIC의 공동 대표로 양 대표와 이 대표를 선임했다. 공동 대표는 각자 대표와 달리 각 대표가 의사결정권을 나눠갖는다. 각자 대표체제에서는 각 대표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행할 수 있지만 공동 대표체제에서는 상대 대표의 동의를 얻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서로 견제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카카오가 커머스CIC를 공동 대표체제로 세운 배경은 두 대표의 이력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커머스사업 전문가와 재무 전문가인 두 대표를 공동 대표로 선임해 커머스CIC가 사업적, 재무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경영 시스템을 갖추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부터 GS홈쇼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커머스사업을 이끌어왔다. 1976년생인 양 대표는 한양대학교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디앤샵과 온켓 개발팀장을 맡았던 그는 이후 1년 동안 디앤샵, 현재 GS홈쇼핑의 개발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2008년 다시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와 검색과 지역광고 개발리더를 맡았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NHN 비즈니스 플랫폼, 현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구 샵N)의 개발팀장을 지냈다.

이후 SK텔레콤에서 1년간 개발리더로 일하다 2014년 개발리더로 카카오스토리에 발을 들였다. 2016년에는 에이모(구 블루웨일)을 창업하고 2년간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다가 다시 카카오로 돌아와 카카오커머스 CTO를 지내고 지난해 말 카카오 커머스CIC 공동 대표에 올랐다.

반면 이 대표는 경영과 재무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198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그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 간 SK그룹에서 경력을 쌓았다. SK텔레콤 전략기획실을 거쳐 SK플래닛에서 뉴미디어사업실 PL, 글로벌투자실 PL을 맡았다.

이 대표가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17년이다. 2018년까지 경영기획팀장을 맡은 그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커머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다가 2022년 카카오 본사의 재무기획실장을 거쳐 카카오커머스 CIC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내고 공동 대표에 선임됐다.

◇‘프리미엄’ 선물하기 강화, 거래액 10조 목표 달성할까

양 대표와 이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카카오에게 있어서 커머스CIC의 중요성이 무척 커서다. 커머스CIC는 △선물하기 △톡스토어 △톡딜 △카카오쇼핑 라이브 △메이커스(주문형 생산플랫폼)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수익성도 좋아 이익 기여도가 높다.

실제로 카카오가 커머스CIC를 분사했던 시기 카카오커머스는 단숨에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다. 카카오커머스는 별도기준으로 2019년 2962억원, 2020년 5735억원의 매출을 냈고 3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톡비즈-커머스 사업군

지금은 카카오 내 CIC 형태로 있어 별도 실적이 잡히지 않지만 여전히 수익성과 성장성 좋은 사업으로 꼽힌다. 4800만명, 즉 대한민국 인구의 93%에 해당하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잠재고객으로 삼고 있어서다. 더욱이 네이버처럼 적립금이 많거나 할인폭이 크지 않아도 선물로 사는 것이기에 브랜드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다는 특징이 있다.

카카오의 커머스CIC는 여전히 실적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는 커머스CIC를 포함해 카카오스타일이 영위하는 지그재그 등까지 합친 올 1분기 통합 거래액이 2조400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

또 고객들이 선물용으로 브랜드를 중시하는 점에 착안해 6월 말 럭셔리 선물 전문관인 '럭스(LuX)'도 출시했다. 올 1분기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명품, 뷰티 배송상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럭스의 성장성도 밝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통해 양 대표와 이 대표는 올해 커머스부문 거래액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초 지난해 10조원을 달성하려 했지만 코로나19 리오프닝 등으로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커머스부문의 거래액은 9조1000억원이었다. 전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4%에 해당하는 수치로 2021년 대비 17% 늘었지만 목표에는 못 미쳤다.

카카오는 “전국민의 메신저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며 “선물하기 프리미엄 상품군을 확대하고 광고와 커머스를 결합한 비즈니스모델(BM)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