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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

황유지, 다음CIC로 포털업계 명성 재건할까

④네이버, 카카오 플랫폼서비스실장 출신…포털비즈 회복 위해 '발빠른 변화'

이지혜 기자  2023-07-19 07:43:16

편집자주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국내 IT기업의 선두로 꼽히는 카카오가 글로벌로 진격하겠다며 선포한 비전이다. 엔터, 모빌리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가 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ESG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게 카카오의 청사진인 셈이다. 카카오의 이런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꿀까. 카카오 비전 실현의 '키맨'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를 조명해 봤다.
2014년 5월 26일. 이 날은 카카오사(史)에서 길이 남을 날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포털업계 최강자였던 다음(Daum)을 카카오가 사실상 인수했다. 당시 포털 다음의 기업가치는 1조590억원이었다. 국민 상당수가 다음의 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을 쓰고 주요 커뮤니티로 ‘다음카페’가 거론될 때였다.

당시 카카오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에 합병됐던 다음은 그로부터 9년 뒤 다시 홀로서기에 나섰다. 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세웠다. 검색과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의 서비스 가치를 제고하고 성과를 내고자 CIC체제 운영을 결정했다.

그리고 황유지 대표가 다음CIC를 이끌 수장으로 결정됐다.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지 9년이 된 그가 다음사업부문장을 거쳐 마침내 다음CIC에 오른 것이다. 황 대표의 과제는 명확하다. 과거에 비해 존재감이 약해진 다음을 재건하고 포털업계에서 다시 명성을 떨치는 게 목표다.

◇황유지, 다음CIC 수장으로…플랫폼 서비스 전문성 발휘할까

2023년 5월 15일 다음CIC가 설립됐다. 그동안 다음은 카카오의 한 사업부문에 불과했지만 사내독립기업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셈이다. 2014년 10월 1일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점을 고려하면 딱 9년 만에 다음이 카카오에서 독자적 영역을 확보했다.

다음CIC의 CEO는 황유지 대표다. 1977년 5월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08년부터 네이버에서 뉴스서비스팀, UX책임 연구원 등을 지내다 2014년 카카오에 자리를 잡았다. 황 부문장이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것도 올해로 9년차인 셈이다.


카카오에 온 그는 소셜서비스팀장을 거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카카오 톡서비스팀, UX팀장을 지낸다. 이후 2022년까지 서비스플랫폼실장을 맡다가 올해 다음사업부문장에 이어 다음CIC CEO에 오르기에 이르렀다.

황 대표는 다음CIC를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양대 플랫폼기업을 거쳤을 뿐 아니라 카카오에서 플랫폼서비스실장을 지낸 만큼 플랫폼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가 다음사업부문장을 지낼 때보다 훨씬 더 독립적 경영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IC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사업군에 적용하는 경영시스템이다. 기획과 인사, 예산 등을 독립적으로 운용한다.

카카오는 그동안 경쟁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업부문을 CIC로 설립해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랩(Lab) CIC에서 출범했고 카카오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카카오헬스케어도 카카오 내 CIC로 출발했다.

◇위축되는 포털비즈, 발빠른 변화로 대응

한 대표의 과제는 녹록지 않다. 한때 포털업계를 호령했던 다음이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약해졌다. 빅데이터 정보사이트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은 네이버가 60.4%로 가장 많았고 구글이 29.9%, 다음이 4.5%로 3위를 차지했다. 한때 ‘국민 서비스’로 불렸던 다음이지만 20년 새 네이버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다음이 속한 포털비즈의 실적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다음이 주요 서비스인 포털비즈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1년 4925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던 포털비즈부문은 지난해 4241억원을 벌어 14%가량 매출이 줄었다. 이는 올 1분기도 마찬가지다. 포털비즈부문 매출은 올 1분기 836억원으로 동기 대비 27%가량 감소했다.

포털비즈부문은 다음 포털의 충성도 높은 사용자와 트래픽을 통해 온라인 광고로 수익을 내는데 광고 시장 위축과 트래픽 감소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황 대표는 다음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음CIC는 대표 서비스인 다음메일에 다양한 편의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바꾸는 한편 카카오 계정으로 두 메일을 모두 사용할 경우 메일함을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의 기사 댓글 서비스를 폐지하고 채팅형 소통방식인 ‘타임톡’ 베타 서비스를 오픈, 오픈형 커뮤니티 공간인 '테이블'을 출시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이밖에 다음카페 소유주격인 카페지기와 수익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불과 CIC로 변환한 지 한두 달 만에 포털 다음 서비스가 빠르게 개편되는 셈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검색포털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하는 만큼 다음도 카카오브레인의 AI사업과 시너지를 꾀하는 방법을 도모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연말 생성형 AI ‘코GPT 2.0'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음CIC도 이를 활용한 AI대화형 검색서비스를 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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