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커머스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업이 있다. 바로 페이, 즉 금융사업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커머스사업과 한몸이나 다름없다. 일본에서야 라인뱅크 등 인터넷은행까지 영역을 넓힌 네이버지만 국내에서는 쇼핑, 결제와 연동되는 네이버페이에 일단 충실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과 증권, 부동산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표방한 것도 비교적 최근인 이유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로 대변되는 간편결제는 물론 증권, 손해보험업, 카카오뱅크 등 으로 영역을 넓히며 금융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시작도 ‘선물하기’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간편결제였으나 두 회사의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페이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는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금융사업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 양질의 데이터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이런 데이터는 향후 인공지능(AI)사업을 위한 핵심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커머스와 함께 성장한 네이버파이낸셜, 이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2015년 6월 네이버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내놨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하다가 2019년 11월 ‘네이버파이낸셜’로 독립시켰다.
출범 초기부터 네이버파이낸셜은 남달랐다. 설립 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2573억원, 영업이익 594억원을 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성장 비결은 네이버쇼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통해 쇼핑이용자의 결제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네이버의 커머스부문 거래액은 지난해 41조원을 넘었는데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네이버페이로 결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의 핀테크부문 거래액(TPV)는 지난해 4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2025년 결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런 목표의 절반 가까이 다가선 셈이다.
네이버의 동맹전략은 네이버파이낸셜에도 적용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간편결제 외의 금융서비스로 발을 넓힌 발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출범 한 달 만에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캐피탈 등 미레에셋그룹 계열사로부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동맹을 맺었다.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은 2020년 6월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CMA(종합자산관리계좌-RP(환매조건부채권) 네이버통장을 출시해 최근 잔고가 2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 12월에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대출 상품도 출시했다. 금융이력 부족으로 신용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스마트스토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커머스사업의 그늘에서 벗어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도약하려는 것이다. 네이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박상진 대표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새 수장으로 선임되며 청사진이 구체화했다. 지난해 6월 박 대표는 그간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확장하는 데 힘썼다면 이제는 국내외 핀테크기업과 제휴, 투자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네이버페이가 인터페이스를 바꾸고 모바일 웹 화면 하단에 자산, 결제, 금융상품, 증권, 부동산 등 5개 탭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용자가 네이버페이 하나로 자금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개편했다. 이밖에 네이버는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을 필두로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보험, 정통 금융강자와 겨루는 카카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금융사업의 양대 축으로 영위하고 있다. 네이버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일본의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합작해 인터넷은행인 라인뱅크를 설립, 일본과 아시아를 무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국내 금융산업에 진출해 정통 금융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금융사업에 힘을 실은 것은 카카오가 먼저다. 간편결제 서비스도 2014년 카카오페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시했다. 처음에는 간편결제가 익숙지 않은 대중에게 ‘선물하기’ 서비스로 다가갔지만 2016년 5월 ‘송금하기’ 서비스를 제공한 뒤로 카카오페이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덕분에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올 1분기 말 4002만명을 돌파했다. 거래액 올 1분기 32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연간 100조원은 가뿐히 넘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을 한참 앞선다.
다만 실적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뒤쳐진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217억원, 영업손실 455원을 냈다.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카카오페이는 흑자를 냈는데 증권과 보험 자회사 등이 적자를 내면서 연결기준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이는 네이버와 차이점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동맹을 발판으로 증권사업 등에 우회적으로 진출로를 모색했지만 카카오는 M&A를 진행하며 정식으로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카카오페이는 2020년 2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또 2019년 7월 인슈어테크 플랫폼 인바이유를 인수해 2021년 KP보험서비스를 출범시켰고 2021년 9월 정식으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을 설립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아마존은 2007년 아마존페이를, 일본 라쿠텐은 2008년 라쿠텐페이를 출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급결제는 금융업 진출의 출발점이 됐고 점차 거래정보가 축적되면서 은행, 대출, 카드로 빅테크의 금융업 영역이 확대됐다”며 “빅테크가 교차-번들 마케팅이 가능한 영역으로 넓히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처음 출발은 상거래 중심의 선순환 구조,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점차 다른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혔다는 의미다. 이는 이용자를 락인(Lock-in)시켜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용자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양산하는 역할도 했다.
이런 양질의 데이터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미래사업에 있어서 핵심적 자산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AI산업이 발전할수록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려는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네이버와 카카오 둘다 AI사업에 출사표를 던진만큼 커머스 외에 금융업에서 얻는 데이터가 귀중한 자원이 돼 AI사업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