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 검색엔진,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1위를 공고히 한 네이버와 카카오지만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지 못하면 고사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매출 비중 확대를 핵심 경영과제로 제시한 배경이다.
네이버는 관계사가 된 라인을 제외하고 글로벌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벌어들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무기가 글로벌 웹콘텐츠와 포시마크(Poshmark), 크림(KREAM) 필두로 한 개인 간 거래(C2C) 사업이다. 이해진 창업자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아 네이버 글로벌 진출의 가장 앞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카카오는 미래 10년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제시했다. 글로벌 공략의 핵심은 카카오픽코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한 웹콘텐츠와 K팝(K-Pop) 등이다. 동시에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 20% 목표, 포시마크 인수 효과 '톡톡' 네이버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매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외부고객으로부터의 수익' 항목에서 일본과 기타지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1분기 342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의 15%다. 불과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해외매출의 절반을 벌어들였다.
네이버의 해외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3328억원으로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의 5%에 그쳤는데 불과 다섯 분기 만에 크게 확대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2021년부터 일본 라인이 관계사로 빠지면서 네이버의 해외매출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해외매출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은 과거 네이버의 연결기준 매출에서 3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자회사였다. 그러나 2021년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5대 5 비율로 합작법인 'A홀딩스'를 만들고 산하에 Z홀딩스, 일본 최대 메신저기업 라인,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을 두는 경영통합을 단행하면서 라인은 더 이상 네이버의 연결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라인의 빈자리를 채우고 해외매출을 확대하는 것은 네이버의 핵심 경영과제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해 4월 취임 직후 열린 첫 컨퍼런스콜에서 "라인을 제외한 해외매출 비중은 현재 약 10%인데 중장기적으로 두 배 이상 늘린 20% 수준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이런 목표를 빠른 속도로 달성하는 셈이다. 미국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한 웹툰 등 웹콘텐츠 사업과 C2C 사업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021년 6억달러(약 6500억원)를 들여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웹콘텐츠 사업을 강화했다. 동시에 글로벌 웹콘텐츠 사업을 적극 영위한 덕분에 올 1분기 웹툰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가량 늘었다.
1분기 중 인수를 마친 미국 C2C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도 해외매출 확대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다. 포시마크는 한 분기만에 매출 1197억원을 거뒀다.
해외매출 확대 기회는 또 있다. 현재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낙점돼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등 핵심 계열사와 협력계약을 맺고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현재 사우디 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단계다.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네이버가 들이는 공은 적잖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전 의장은 현재 네이버의 글로벌 투자 총괄(Global Investment Officer)을 맡아 글로벌 사업 확장의 앞단에서 뛰고 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도 지금 네이버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일하고 있다. 네이버의 핵심 경영진이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셈이다.
◇카카오 'K콘텐츠'가 주무기, 모빌리티·페이도 M&A로 영향력 확대 카카오의 해외매출 비중은 네이버보다 더 높다. 올 1분기 카카오가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30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8%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해외매출은 1조3987억원으로 네이버의 두 배가 넘었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20%에 해당한다.
해외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전사적 과제이자 미래 10년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내걸고 2025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선봉장이 바로 카카오픽코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카카오는 카카오픽코마 지분 72.9%,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3.6%를 보유하고 있어 이 두 계열사의 실적은 카카오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특히 카카오픽코마의 해외매출 기여도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픽코마는 2016년 4월 일본에서 글로벌 만화앱 '픽코마'를 출시했는데 현재 글로벌 만화앱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라 있다. 누적 매출은 20억달러가 넘는다. 만화앱이 '20억 달러 클럽'에 입성한 것은 픽코마가 최초다. 픽코마는 올 1분기 매출 1449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대비 6.9% 증가했다.
이 뿐만 아니다. 글로벌 웹콘텐츠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합병해 출범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도 선전하고 있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데 타파스의 3월 일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말 대비 10% 이상 증가하며 외형 성장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와 함께 경영권 지분 40%를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도 K팝을 선도하며 북미, 아시아 등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도 글로벌 공략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3월 영국의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기업인 '스플리트(Splyt)' 지분을 30% 이상 사들이며 자회사로 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이용자가 해외에서 △해외 이용자가 국내에서 △해외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등 세 가지를 축으로 글로벌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 이를 본격화하는 셈이다.
카카오페이도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지분을 51%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넓혀가는 글로벌 페이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를 차근히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