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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

배재현, 카카오 '빅딜' 성사로 비욘드 코리아 달성

②로엔부터 SM엔터까지 '조 단위' 빅딜 잇달아 주도, 카카오 외연 확장의 주역

이지혜 기자  2023-07-17 07:21:07

편집자주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국내 IT기업의 선두로 꼽히는 카카오가 글로벌로 진격하겠다며 선포한 비전이다. 엔터, 모빌리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가 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ESG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게 카카오의 청사진인 셈이다. 카카오의 이런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꿀까. 카카오 비전 실현의 '키맨'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를 조명해 봤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CIO)는 카카오 사(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CJ그룹 지주사에서 미래전략실 부장을 맡다가 2015년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그는 인수합병(M&A)에 두각을 보이며 활약했다. 그가 카카오에서 주도한 대표적 빅딜로 로엔, 타파스와 래디쉬,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이 꼽힌다.

카카오가 선포한 미래전략인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앞장서서 실행하는 인물인 셈이다. 이를 위해 배 대표는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IR을 직접 담당하는 한편 주요 계열사의 투자 유치까지 맡으며 카카오의 실탄을 마련하는 데에도 적잖은 공을 세웠다.

◇‘조 단위’ 빅딜, 배재현 손 거쳤다…이사회까지 입성

카카오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 그러나 카카오의 빅딜, 재무구조를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은 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다. 사실상 지금의 카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든 주역으로 꼽힌다.

1980년생인 배 대표는 2004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CJ그룹에 몸담았다. CJ그룹에서도 신사업, 미래 전략 기획 등에 두각을 보였던 그는 지주사 CJ에서 그룹의 중장기사업에 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미래전략실 부장을 지냈다.


10년 넘게 몸 담았던 CJ그룹을 떠나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15년의 일이다. 그는 카카오의 빅딜팀 팀장으로 선임돼 조직을 이끌었다. 빅딜팀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카카오의 투자 콘트롤타워였던 조직이다. 카카오의 외연 확장을 주도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배 대표의 실력은 카카오에 몸 담은 지 1년이 되기 전에 나타났다. 2016년 카카오 빅딜팀은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업체인 멜론 운영사인 로엔을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가 음악사업에 진출한 것은 기존 포트폴리오와 괴리가 있었기에 내부의 반대 여론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로엔 인수는 카카오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됐다. 멜론의 구독매출 덕분에 카카오의 현금흐름까지 좋아졌다. 배 대표가 카카오 합류 3년 만에 수석부사장이 되어 투자전략실장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0년 배 대표는 카카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끌었다.

2021년 인수한 지그재그와 타파스, 래디쉬가 대표적이다. 2021년 4월 카카오는 기업가치가 9000억~1조원으로 평가받던 지그재그를 ‘무현금’으로 인수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사업부를 쪼개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21년 7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주체로 2021년 7월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각각 인수했다. 우리 돈으로 1조1000억원 규모다. 2021년 한 해에만 사실상 조 단위 빅딜을 두 차례나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2023년 들어서 배 대표는 그룹 투자의 전면에 나서서 활약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가 대표적이다. 배 대표는 하이브와 대결에 있어서 카카오가 승기를 잡자 당시 본인의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해 카카오가 몇 차례 입장문을 냈지만 배 대표의 이름으로 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당시 카카오는 하이브와 공개매수 대결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취득했는데 하이브가 얼마를 내놓든 카카오가 공격적 베팅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결국 최종 승리자가 됐다는 후문이다.

배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한창 벌어지던 당시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진입, CIO가 아닌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라는 직함을 달았다. 이는 배 대표를 향한 카카오그룹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비욘드 코리아’ 앞장, 외연 확장 주도

카카오가 거듭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데는 투자자의 신뢰가 큰 몫을 차지했다. 카카오 계열사가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덕분에 풍부한 현금을 갖춰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투자 유치에 있어서도 배 대표의 존재감이 컸다. 당장 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에서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조 단위’ 투자 유치도 배 대표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기관들을 끌어들일 때에도,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외부에서 5000억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배 대표가 이끌던 빅딜팀이 활약했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배 대표가 주도한 M&A는 단순히 카카오의 외형을 성장시켰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카카오가 미래비전인 ‘비욘드 코리아’를 선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다시 말해 배 대표의 M&A는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를 달성하기 위한 징검다리인 셈이다.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프라 구축에도 오랜 시간이 드는 분야보다 일단 경쟁력이 검증된 K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배 대표가 주도한 빅딜의 상당수가 웹콘텐츠, K팝 등에 주력하는 기업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 대표의 과제는 더 많아졌고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카카오그룹은 현재 뉴 이니셔티브(New Initiatives)로 AI, 클라우드,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카카오그룹 전사적으로 비용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배 대표는 올 5월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판단되는 AI, 클라우드, 헬스케어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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