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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중견 페인트 4사들은 공식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4사 모두 자산총액(2022년 말 연결 기준) 1조원 미만인 중견급 기업들인만큼 아직 재무조직에서의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공식적인 CFO는 없지만 CFO 역할을 하는 인물들은 있다. 해당 인물들의 사내 직급이나 역할도 각 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4사 중 재무·회계 분야 임원이 사내이사진에 포함돼있는 유일한 기업은 강남제비스코다. 황은주 경영지원본부 관리1부문장(전무)이 주인공이다. 황 전무는 강남제비스코에서만 47년 이상을 재직해왔다. 황 전무는 사내 총무와 회계, 세무 업무를 총괄하면서 임예정 회장과 황익준 사장, 김재현 사장과 함께 사내이사진을 이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런 황 전무가 CFO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강남제비스코에서 CFO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은 황 전무가 속한 경영지원본부의 본부장인 박치경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다.
통상 박 부사장 급의 인물이 CFO 역할을 맡으면서 사내이사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강남제비스코의 경우 CFO 역할을 맡은 인물은 미등기임원으로 있고 직제 상 하위에 있는 황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있다. 신고담당업무이사 역시 황 전무다.
지주사 체제인 노루그룹의 경우 지주사 노루홀딩스와 사업회사 노루페인트에 각각 다른 인물들이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 노루홀딩스는 방래근 상무보가, 노루페인트는 곽상훈 상무보가 CFO 역할을 맡고 있다.
노루페인트의 곽 상무보는 재무기획본부장으로 기업의 재무보고와 공시를 담당하는 신고담당업무이사 역할을 맡고 있다. 곽 상무보는 중앙대 MBA 과정을 밟고 노루페인트 경영전략팀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곽 상무보의 재무기획본부에는 경영팀과 재경팀, 내부회계팀이 배치돼 있다.
곽 상무보는 사내이사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노루페인트의 이사회에는 오너인 한영재 회장과 한 회장의 장남 한원석 부사장을 포함해 조성국 대표이사, 송준서 연구소장, 김승태 자보사업부장이 속해있다.
삼화페인트공업(삼화페인트)에서 CFO 역할을 맡고 있던 인물은 재경부에 소속돼있었던 김경식 상무보였지만 최근 김 상무보가 감사팀으로 이동하면서 이정필 재경본부장(이사)이 그 자리를 맡고 있다. 재경본부 산하에는 재무팀과 회계팀, 내부회계팀이 있다.
조광페인트는 삼화페인트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 임원급이 아닌 인물이 CFO 역할을 맡고 있다. 박승민 재경실장이다. 박 실장은 조광페인트의 공시작성책임자이자 신고업무담당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