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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노루페인트, 호실적에 순차입금 '마이너스' 전환

사채·유동성 장기차입금 750억원 상환…재무 체력 '튼튼'

박완준 기자  2024-08-29 16:24:13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노루페인트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유가·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현금흐름을 고려, 재무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확장한 내용이 골자다.

특히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꾀하며 차입금 상환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올 2분기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재무가 튼튼해졌다.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도 최저점 수준으로 낮아져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수익성 회복 등의 영향으로 곳간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상반기 성적표 우수…순차입금, 마이너스 전환

노루페인트는 올 상반기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4.1% 증가했다. 원재료값이 하락한 것과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방수재와 차열페인트에 대한 판매가 증가하며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해당하는 2분기 실적이 선방한 영향이다.

업황이 회복세에 들어서며 현금창출력도 개선됐다. 실제 노루페인트는 올 상반기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45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OCF 473억원에 근접했다. 반년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잉여현금흐름(FCF)도 같은 기간 12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노루페인트의 총차입금은 4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대비 468억원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403억원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9억원이다. 마이너스 순차입금은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차입금 상환에 집중한 재무 전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노루페인트는 사채와 유동성 장기부채를 상환하는 데 힘을 쏟았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이자부담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노루페인트는 사채 149억원을 모두 상환해 잔존액은 0원이다. 유동성 장기차입금도 600억원을 상환해 55억원으로 집계됐다.

노루페인트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78.1%를 기록했다. 부채총계는 2022년 말 대비 114억원 줄어든 2682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는 7.2%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차입금 상환 기조에 현금성자산은 줄어들었다. 노루페인트의 현금성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 45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기준(522억원)보다 64억원 줄었다. 다만 현금이 차입금을 앞서는 재무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같은 기간 차입금이 줄어 이자·법인세 비용이 51억원에서 1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공격적 투자 단행…신사업 확장 '청신호'

노루페인트는 올해 자본적지출(CAPEX)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주력 사업인 페인트 도료 부문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이차전지 소재 등의 신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다. 이는 강화된 재무 체력을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미래 산업에 대비하겠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 노루페인트의 CAPEX는 10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CAEPX인 111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안양공장 내 기존 도료 생산라인을 유지·보수하고, 이차전지 셀과 모듈, 팩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인더(접착제), 몰딩제(마감재), 난연 우레탄폼 등의 양산 설비 구축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R&D)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노루페인트의 R&D 투자비는 2020년 167억원, 2021년 168억원, 2022년 175억원, 지난해 16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도 68억원을 투자해 총매출액 대비 평균 R&D 투자 비중은 2%대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투자는 도료 기술 확보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 제조 개발에 사용됐다.

성과도 도출했다. 노루페인트는 올 초 고온에서도 표면 변화가 없는 고내열성 자가복원 코팅제를 개발했다. 150도가 넘는 열을 버틸 수 있는 제품으로, 자동차 본체 보호에 사용된다. 특히 고온에 강한 장점을 지녀 향후 이차전지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폭주를 지연시킬 수 있는 이차전지 코팅제까지 발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급격히 오른 시점부터 기존의 차입금을 줄여 금융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는 CAPEX를 소폭 늘리며 차입금도 꾸준히 상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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