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Peer Match Up중견 페인트 4사

달리는 노루, 나는 법 잊은 제비표

②[수익성] 별도·연결 모두 노루가 선두…자회사가 방어한 강남의 부진

박기수 기자  2023-04-03 14:37: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중견 페인트 4사들 중 노루페인트가 연간 매출이나 자산·순자산총계, 수익성 면에서 가장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화페인트는 2021년까지 부진하다가 작년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제비표' 강남제비스코와 조광페인트는 본업인 도료업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남제비스코는 자회사들의 활약이 실적 부진을 모두 메꿔주고 있는 모습이다.

◇'선두' 노루, '반등' 삼화…제비표는 어디로

각 페인트 업체들은 국내·외 자회사들을 보유 중이다. 자회사들은 해외 도료업체와의 합작 도료사인 경우도 있고 화학·건설 등 이종 산업군에 속한 자회사들도 있다. 이런 자회사들을 모두 제외한 '별도' 기준 작년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도료업체는 노루페인트다. 총 6678억원을 기록했다. 이외 삼화페인트(5524억원), 강남제비스코(3326억원), 조광페인트(2548억원)가 뒤를 이었다.


연간 매출이 아닌 자산총계 순으로 봐도 순서는 똑같다. 1위 노루페인트의 작년 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5937억원이다. 노루에 이어 삼화(5134억원), 강남(4442억원), 조광(3803억원)이 뒤를 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순위 역시 노루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314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강남(2737억원)과 삼화(2630억원)이 비슷한 규모를 보였고 조광페인트는 1803억원을 기록했다.


관건은 '내실'이다. 중견 도료 4사들 모두 작년 별도 영업이익률로 3% 미만을 기록하는 등 저조한 수익성을 보였다. 그 중에서 노루페인트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인 181억원을 기록했다. 삼화페인트는 2021년 마이너스(-) 28억원을 기록하다가 작년 120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각각 2.7%, 2.2%로 두 회사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거두지는 못했다. 조광페인트는 영업이익 19억원, 영업이익률 0.7%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문제는 '제비표' 강남제비스코다. 작년 별도 영업적자로 212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적자 10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별도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기록한 별도 영업손실 누적분만 627억원이다. 최근 별도 순자산총계 하락 요인이 여기서 드러난다.


◇연결 기준 겨우 적자 면한 강남, 수익성 1위 노루

연결 기준으로 산출한 작년 매출 1위는 별도 기준과 마찬가지로 노루페인트다. 7533억원을 기록했다. PCM 강판용 도료 자회사인 노루코일코팅이 매출 1247억원, 순이익 61억원을 기록하는 등 선전한 덕을 봤다.

연결 매출 2위와 3위는 강남제비스코(6732억원)와 삼화페인트(6460억원)가 각각 차지했다. 눈여겨볼 점은 강남제비스코다. 삼화페인트는 연결과 별도 매출의 차이가 약 1000억원 수준이지만 강남제비스코는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 역시 삼화는 연결(199억원)과 별도의 차이가 79억원에 불과하지만 강남제비스코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4억원이다. 별도 적자분을 모두 메우고도 44억원의 영업이익을 뽑아낸 자회사가 있었다는 의미다.


주인공은 페놀수지와 우레탄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 '강남화성'이다. 2021년 연결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한 이후 작년에도 180억원의 영업이익을 뽑아냈다. 제비스코는 강남화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 100% 반영된다. 다시 말해 작년 강남제비스코의 연결 실적은 대부분 강남화성이 책임졌다는 의미다.

이외 강남제비스코는 강남건영, 케이엔케이코팅스, 강남케이피아이 등 자회사들의 활약으로 작년 연결 기준으로는 자본 확충 효과를 봤다. 이에 힘입어 중견 도료 4사들 중 자산과 순자산 기준으로는 강남제비스코가 1위다. 작년 말 기준 연결 자산총계는 9578억원, 순자산총계는 6788억원이다.


연결 자산의 경우 강남에 이어 노루가 6682억원으로 2위, 삼화가 5872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조광페인트의 연결 자산총계는 3861억원으로 3위권과 차이를 보였다. 순자산의 경우 노루가 3527억원으로 2위, 삼화가 2997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조광페인트의 순자산은 1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제비표 자회사들의 활약에도 연결 기준 수익성 1·2위는 각각 노루(3.5%)와 삼화(3.1%)가 가져갔다. 강남제비스코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0.7%다. 그만큼 본체이자 본업인 강남제비스코의 도료업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광페인트는 연결 영업이익률로 -0.6%를 기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