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상현 대표가 지난해 급여만큼의 인센티브를 수령했다. 채권단 체제에 있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 개선 작업을 지휘한 공로를 인정 받은 모습이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경영정상화를 이루면서 CFO로서 존재감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CFO, 특별격려금 '4.6억' 지급박 대표는 지난해 상여금으로 4억5500만원을 지급 받았다. 같은 기간 수령한 급여 4억4700만원을 소폭 웃도는 금액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경영 정상화에 기여한 박 대표의 노고를 인정하고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의 성과는 구체적으로 채권단 체제 조기졸업과 2021년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을 꼽을 수 있다. 박 대표가 두산에너빌리티에 합류한 것은 2020년 7월이다. 그해 3월에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던 때다.
박 대표는 두산그룹 내 CFO로서 입지를 다져온 만큼 경영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두산 지주부문 △두산밥캣에서 CFO 직함을 달았으며 두산밥캣에서는 대표까지 지낸 인사다.
두산에너빌리티에 취임한 첫해 1조21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지휘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 주요 계열사를 처분하며 현금 여력을 키웠다.
박 대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임원으로서 고통분담도 감내했다. 작년 1월까지 1년10개월 동안 임원 급여 일부를 반납하면서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을 이행했다.
그 결과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지난해 2월 말 채권단 관리체제를 종결했다. 산업은행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한 지 23개월 만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작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28%%로 2021년 말 169%와 비교해 41%포인트 낮아졌다. 재무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장기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상향된 상태다.
◇2년 후 장기성과급 관건은 '주가'박 대표가 장기성과급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챙길지 관심거리다.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지난해 3월 장기성과급 운영 규정을 만들고 박 대표에게 1만9831주의 가상주식을 지급했다. 실제 주식은 아니지만 주식을 부여했다고 가정하고 3년간 주가 상승분을 현금 지급하기로 약속한 인센티브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높아질수록 박 대표가 받을 상여금이 증가한다. 최종 지급액은 2025년 2월 말 주가에 따라 확정된다. 가상주식을 지급 받은 시점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를 고려하면 지분가치는 4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재편을 병행한 만큼 앞으로 경영 성과를 도출해 기업가치를 키워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올해는 수익성 강화가 박 대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수주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다. 작년에 에너빌리티 사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여기에 투자 주식 평가손실 같은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연결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됐다. 물론 현금 유출 없는 회계처리에 따른 순손실이지만 이익창출력 제고는 요구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중장기 과제인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안착을 위해 김포 가스터빈 실증 운전 완료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차입금 상환 등에 나서면서 별도기준 보유 현금(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919억원을 기록 중이다. 직전 사업연도 말과 비교해 55% 감소한 수준이다. CFO인 박 대표의 자금 조달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현금창출력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