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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CJ그룹, 전사 배당기준일 정관 변경 나서는 배경은

주주친화 정책 확대해 주가관리, 오너일가 현금마련 기반 분석도

문누리 기자  2023-03-13 17:55:18
'배당절차 선진화'. CJ대한통운·CJ프레시웨이 등 CJ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강조하고 있는 단어 중 하나다. CJ그룹 지주사와 전체 상장 계열사는 이번 주총에서 일괄적으로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 변경에 나선다.

CJ그룹이 전사적으로 주주친화 정책 확보에 앞장서는 배경엔 주가관리 미션이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에서도 그룹 시가총액 정체를 지적한 만큼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겐 연내 주가관리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졌다.

◇CJ그룹, 지주사부터 주요 상장 계열사 전부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 변경

1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CJ프레시웨이는 최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내고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명부 기준일 관련 규정 등 정관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먼저 매년 1월1일부터 15일까지 권리에 관한 주주명부의 기재변경을 정지하는 정관을 삭제한다. 대신 이사회 결의로 정한 날에 주주명부에 기재돼있는 주주에 대해 그 권리를 행사할 주주로 정한다는 정관 내용을 추가한다.

이는 1월31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방안과 법무부 유권해석을 반영한 결과다. 이를 통해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배당기준일을 배당결정 이후의 날로 정하면 주주의 배당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CJ 지주사를 비롯해 CJ제일제당·CJ ENM 등 다른 계열사도 동일한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CJ 지주사 관계자는 "전 상장사가 모두 이번 주총 안건으로 배당절차 선진화 관련 내용을 상정할 계획"이라며 "내용은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을 정한 경우 그 2주 전에 공고한다' 등으로 동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CJ제일제당 등 분기배당을 하는 계열사까지 이번 정관 개정에 합류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을 살펴보면 SK텔레콤 등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업체들은 올해 관련 법안이 개정되는 방향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한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 중 분기배당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 등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업체들은 이를 참고해 배당기준일 관련 안건을 적용할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은 분기배당을 실시하는데도 선제적으로 정관 변경에 앞장서는 분위기다.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 강화, 주가관리에 오너일가 현금마련 효과도

CJ그룹은 지난해부터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분기배당을 시작한 시기도 지난해부터다. CJ제일제당은 올해까지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은 CJ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최근 현금배당을 시작했다. 배당 배경으로 회사 측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20%안팎으로 성장한 걸 꼽았지만 오랜 기간 이어온 무배당 기조를 틀고 정관도 손보는 등 주주친화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작년부터 회사 안팎으로 언급되고 있는 '시가총액 정체설'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CJ와 주요 계열사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CJ 2조7397억원, CJ제일제당 4조6593억원, CJ대한통운 1조8022억원, CJ ENM 1조8881억원 등으로 박스권을 오가고 있다.

특히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2년째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된 것은 우리 CJ 그룹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배당을 확대하는 동시에 배당절차 선진화 노력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끌어모아 궁극적으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오너3세 승계를 앞두고 배당을 늘리면서 지주사 CJ 최대주주인 오너3세 등 일가 현금력까지 높이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계열사 지분 상당부분을 보유한 지주사 CJ 주 수익원이 배당과 브랜드 수수료인 만큼 이들 계열사를 통한 배당확대 정책의 수혜 중 일부는 CJ의 최대주주에게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이재현 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이경후 경영리더의 승계자금을 늘리는 데 도움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2020년 부친으로부터 CJ 신형우선주 184만주를 받으면서 증여세 600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를 연부연납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근로소득 외 다른 루트로는 재산 형성이 어려운 만큼 CJ의 배당확대 덕을 보고있다. 예컨대 지난해 CJ 결산배당을 통해 이선호 경영리더는 45억원, 이경후 경영리더는 32억원의 배당수익을 보는 등 세금 상당부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확대를 통해 주주환원 이미지 확대뿐 아니라 오너일가 승계자금 마련까지 '일타이피' 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주가관리 미션도 있는 만큼 올해 배당절차 개선에도 그룹 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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