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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현대차와는 다르게 가는 범현대가

⑩HD현대·현대백화점·현대그룹 등 '관망'

문누리 기자  2023-03-02 17:45:18
범현대가는 다른 재벌들보다 서로간의 유대감이 깊은 편이다. 형제간 유대관계를 강조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유지가 이어진 영향이다. 정주영 회장의 제사일에는 그의 직계 자손뿐 아니라 동생·조카들도 참석한다. 한라그룹에 위기가 왔을때 범현대가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한라그룹 재건을 지원하기도 했다.

다만 사업적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근 금융당국이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내놓은 뒤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즉각 전 계열사가 정관 변경에 나섰다. 반면 그외 범현대가로 넓혀보면 아직은 뒷짐지는 분위기다. 맏형격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치와 이후 법 개정 등 진행상황을 살펴보고 순차적으로 움직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맏형' 현대자동차그룹의 '솔선수범'

최근 발표된 배당절차 개선방안에 대한 반응은 맏형답게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빨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제철, 이노션, 현대차증권 등 현대자동차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이달 중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배당기준일 변경 등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결산기 말 기준 주주에게 배당하던 항목을 지우는 대신 배당기준일을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바꾸는 방식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기존 정관에선 결산배당을 매 결산기말 주주 명부에 기재된 주주에게 지급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정관을 바꾸면 앞으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을 정할 수 있게 된다. 향후 기준일은 2주 전에 공고할 계획이다. 정관 개정 안건 통과 시 내년 결산배당부터 개선된 배당절차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앞으로 배당 여부와 배당액 규모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HD현대·현대백화점·현대그룹 등은 아직 '관망'

다만 HD현대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등 범현대가는 다른 분위기다. 올해 주주총회는 물론이고 내년 주총에도 관련 안건을 올릴지 미지수다. 아직 개선방안이 권고사항에 불과한 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치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오너3세 정기선 사장이 이끄는 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는 28일 개최할 주총에서 정관변경에 관한 건으로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경기도 성남시로 바꾸는 내용을 올렸다. 그외 배당기준일 관련 안건은 따로 포함하지 않았다.

HD현대 산하 사업지주사격인 한국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정관 변경건이 다양하게 올라왔지만 배당절차 개선 관련 안건은 없었다. 상호변경으로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에서 HD(에이치디)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로 호칭을 바꾸고, 목적사업 정비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업 등을 정관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밖에 본점소재지 변경과 상호 변경에 따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변경 등이 추가된다. 그 아래 현대중공업도 현대중공업주식회사에서 HD(에이치디)현대중공업주식회사로 상호 변경건만 정관 수정 안건으로 올렸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 여행업 등 신규 사업 운영 내용과 회사채 발행에 대한 절차 개선 안건만 정관 변경에 관한 건으로 올렸다. 현대그린푸드는 아예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채권단에 넘어간 뒤로 배당할 수 있는 상장사가 현대엘리베이터만 남아있다. 아직 주주총회소집공고를 올리지 않았으나 배당절차 개선방안과 관련해선 당분간 검토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 2분기 이후 이들 범현대가도 태세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4~6월 안에 분기배당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하게 되면 배당절차에 선택지와 변수가 많아지는 만큼 이들 기업들도 좋든 싫든 개선책을 새로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범현대가 비롯해 다른 회사들도 상반기 전후로 이사회를 거쳐 배당절차 개선책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배구조 관련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예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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