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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 건설기계 양사 '대동소이' 시총 흐름

실적 따라 움직이는 시가총액, HD현대인프라코어 M&A 이슈로 2021년 잠깐 엇갈려

강용규 기자  2023-12-22 08:01:12

편집자주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가늠할까. 장부는 명확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가변적이며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다. 기업가치 평가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따라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면 시장가치를 따르는 게 손쉽다. 그런데 시장은 종종 동일한 업종의 기업가치에 아주 다른 점수를 내린다. 라이벌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왜 움직였는지 THE CFO가 비교해봤다.
HD현대그룹 건설기계부문의 양대 사업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는 주력 생산제품이 비슷하다. 때문에 양사 실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HD현대인프라코어의 우위 기조 아래서 비슷한 흐름을 보여 왔다.

양사 시가총액까지 내내 평행선을 달렸던 것은 아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에서 HD현대그룹으로 매각되는 전후 과정에서 분할 재상장이나 유상증자 등 여러 이벤트를 겪었다. 그에 따라 주가도 크게 요동치면서 일시적으로 HD현대건설기계 시총이 HD현대인프라코어 시총을 앞지르기도 했다.

HD현대그룹은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 아래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두고 양사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통합 시너지 효과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어느 쪽에 더욱 이득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 역시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 있다.

◇비슷한 사업구조, 비슷한 실적 흐름

HD현대인프라코어는 1937년 세워진 조선기계제작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역사가 긴 만큼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다. 현 법인은 대우중공업에서 갈라져 나온 대우종합기계가 실질적인 모체다. 때문에 HD현대인프라코어의 상장일은 대우종합기계의 분할 재상장일인 2001년 2월로 여겨진다.

HD현대건설기계는 1985년 설립된 옛 현대중공업 중기계사업부가 모체다. 현대중공업의 2017년 4사 인적분할 당시 옛 중기계사업부에 해당하는 건설기계부문이 현재의 법인으로 독립했다. 즉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2017년부터다.

올해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 동안 두 회사는 실적 흐름이 매우 유사하다. 한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거나 줄면 다른 한 쪽 역시 같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났다. 두 회사가 생산하는 건설기계 제품군이 굴착기와 로더 등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의 '체급'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꾸준히 HD현대건설기계에 앞서 왔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건설기계사업의 규모 자체부터 크기도 하지만 엔진사업까지 보유해 외형은 우위일 수밖에 없다. 이 외형 우위가 영업이익의 우위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M&A 이슈에 흔들린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시가총액 역시 실적과 비슷하게 HD현대인프라코어가 우위인 흐름을 보여 왔다. 그러나 실적처럼 흐름이 꾸준했던 것은 아니다. 양사 시총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경 HD현대인프라코어 쪽에서 급격한 변동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2020년 3월 코로나19의 본격화로 양사 시가총액이 모두 근래 최저점을 찍은 뒤 회복하는 과정에서부터 변동 폭이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해 HD현대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그룹의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다.

HD현대그룹은 2020년 12월 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2021년 8월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 게다가 이 시기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에 기반을 둔 경기부양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건설기계업종 주식은 인프라 투자 확대의 전통적 수혜주다.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에는 M&A뿐만 아니라 향후 실적 회복과 관련한 시장의 관심까지 더해졌다는 말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시총은 장 마감 기준으로 2020년 3월23일 5277억원에서 2021년 6월22일 3조861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HD현대인프라코어 시총은 상승이 급격했던 만큼 하락도 빨랐다. HD현대그룹이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한 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는 무상감자 뒤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었다. 2021년 8월26일을 기점으로 그 해 연말까지는 HD현대건설기계 시총이 HD현대인프라코어를 웃돌기도 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양사 통합 시너지가 미래 주가 '관전 포인트'

2022년 들어서는 다시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시종이 HD현대건설기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M&A 관련 재료가 소멸하면서 다시 양사의 실적 체급이 시총 추이에 반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두 회사의 통합 시너지가 주가에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두 회사는 공통 모회사이자 그룹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매개로 구매 및 판매 네트워크나 연구개발 분야의 통합을 넘어 생산 건설기계의 플랫폼까지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202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글로벌 건설기계시장 점유율 1.4%의 19위 회사였으며 HD현대건설기계는 1.2%의 23위였다. 격차가 크지는 않은 만큼 양사의 영업 네트워크 통합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이득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다만 양사의 통합 플랫폼이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엔진 및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HD현대건설기계 쪽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HD현대건설기계로서는 계열사로부터의 구동부품 구매를 통해 관련 비용을 기존 대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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