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이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선제 변경한다. 투자자로서는 2023년 결산배당부터 즉시 배당금액을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주주친화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배당액확정→배당기준일 정관 ‘선제 개정’…주주친화 행보
한솔케미칼은 이번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K타워에 위치한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주주총회에 상정할 의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정관 일부 개정안이다.
정관 개정안에는 전자증권법 도입과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표준 문구 반영, ESG 경영 확대를 위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설치 근거 마련 등 내용 외에도 배당기준일을 배당결정일 이후의 날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달말 내놓은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정관에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현재 한솔케미칼을 포함한 대부분 국내기업은 매년 말일(배당기준일)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하고 다음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경우 투자자가 배당기준일에 배당 예측이 어렵고 이후 배당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배당 여부와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에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상법(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먼저 안내하고 분기배당 절차도 이같은 절차를 따를 수 있도록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미리 변경해두는 것 자체가 주주친화적인 행보가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의 배당절차 개선방안이 확정된 만큼 향후 정관을 변경하는 절차를 추가로 거치지 않아도 다음 배당(2023년 결산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즉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 배당부터 자사주 매입까지…기관투자자 ‘러브콜’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분 11.65%를 보유한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한솔그룹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조동혁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남이다.
조동혁 회장의 동생이자 이인희 고문의 삼남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0.31%), 조동혁 회장의 부인 이정남 씨(0.13%),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기획실장 부회장(1.42%), 차녀 조희주 씨(0.69%), 장남(막내아들) 조현준 씨(0.69%)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15.02%다.
한솔케미칼은 반도체를 삭각(etching)하거나 세척할 때 이용하는 과산화수소를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지만 2019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1조원 안팎으로 증시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실리콘(Si) 음극재, 음극바인더(binder), 분리막바인더, 탄소나노튜브(CNT) 분산제 등 2차전지 소재 육성이 주목받으면서 2021년 한때 시가총액이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2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배당정책이나 장기적인 배당계획을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매 사업연도 종료 후 법률상 배당가능이익, 주식 시장가치, 동종업체 배당규모, 당사 현금흐름(Cash Flow)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큰틀에서의 방향성은 제시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2004년 결산배당부터 매년 배당을 이어오고 있다. 분기배당은 없으며 결산배당만 실시했다. 최근 3년(2019~2021년) 배당총액을 보면 166억원, 200억원, 234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 기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910억원, 1301억원, 1587억원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배당성향은 18.3%, 15.3%, 14.7%로 매년 15~20%를 나타냈다.
한솔케미칼은 이번달 16일 이사회에서 2022년도 결산배당 총액을 228억원으로 결정하고 배당계획을 사전공시했다. 주당배당금은 2100원으로 2021년과 같지만 2022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689억원이므로 배당성향은 13.5%로 소폭 하락했다. 배당금은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지급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내걸고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솔케미칼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5~8월에 걸쳐 총 25만주를 장내매입했으며 매입총액은 577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한솔케미칼이 보유한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4.03%(45만6880주)로 확대됐다.
다만 소각을 전제한 매입이 아니었다는 한계는 있다. 소각을 전제하지 않고 매입한 자사주는 시장에서 잠재 출회물량으로 인식될 수 있어 주가 방어 효과가 비교적 덜한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은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 KB자산운용이나 VIP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Fund Advisors)이나 피델리티(Fidelity Institutional Asset Management) 등 해외 자산운용사가 주요주주로 장기투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