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Peer Match Up구글 vs 네이버

사외이사 'CFO 출신' 주목한 구글, '학계 중심' 네이버

[지배구조]⑧'사내이사' 구글 창업자, 영향력 제한적…네이버 이해진 '퇴진'

박동우 기자  2023-02-15 17:21: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사회는 기업의 경영을 선도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구글과 네이버는 이사진을 선임하면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은 유동성 제어와 자금 수지 관리의 전문성을 감안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인물들을 발탁했다. 반면 네이버는 학계 인사에 편중됐다.

창업자 참여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글을 설립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이사회 산하 경영사항 심의조직인 집행위원회 멤버지만, 회의를 한번도 열지 않는 등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반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8년에 등기이사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구글, 이사진에 '자사주 보유' 의무 부여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이사진은 11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3명 뿐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이름을 올렸다. 알파벳과 구글을 나란히 이끌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도 일원이다.

사내이사 3인방은 이사회 내에 설치된 집행위원회(EC) 구성원이기도 하다. 집행위는 이사회 멤버 전원의 승인이 필요 없는 경영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설정했다. 권한이 막강해 보이지만, 알파벳이 발간하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집행위 회의가 그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구글 출신 이사진의 영향력이 미미한 건 이사회가 '경영진 감독'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대외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2018년 하반기에 뉴욕타임스는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앤디 루빈 전 부사장에게 알파벳이 9000만달러(1000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줬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과거 알파벳 이사회를 총괄했던 에릭 슈미트 사내이사가 물러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을 지낸 존 헤네시 사외이사가 2018년 이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1998년에 구글을 창업할 당시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었고, 헤네시 의장은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부를 총괄하는 교수였다. 세 사람은 기술을 둘러싼 조언을 나누며 연이 끈끈해졌다.


8명의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기업인, 교수, 관료, 투자가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주목할 열쇳말은 'CFO'다. 유동성 관리, 자금 수지 안정성 등 재무건전성 확립을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인식한다는 방증이다.

마틴 차베스 이사는 골드만삭스에서 활약했고, 앤 매더 이사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픽사스튜디오의 재무를 총괄했다. 로빈 워싱턴 이사도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 수석부사장을 역임하면서 회사의 굵직한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보조를 맞췄다.

모험자본업계 인사들도 알파벳 이사회에 합류했다. 존 도어 클라이너퍼킨스 회장과 람 슈리람 셔팔로벤처스 파트너가 대표적이다. 클라이너퍼킨스는 구글의 성장 초기 국면에서 재무적 지원을 단행한 벤처캐피탈이다. 람 슈리람 역시 1990년대 말 개인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구글에 자금을 대줬다.

알파벳은 이사들의 활동과 바람직한 역할을 규율하는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내용 중 '최소 주식 소유 요건(Minimum Stock Ownership Requirement)' 조항이 단연 시선을 끈다.

이사 선임일을 기준으로 5년 동안 최소 100만달러(13억원) 상당의 알파벳 주식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창업자와 CEO 등 사내이사는 3500만달러(449억원)가 넘는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고위 경영진과 일반 주주의 이익을 일치시켜 '이사의 충실 의무(duty of loyalty)'를 확고하게 이행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네이버, '공정위 총수지정' 계기 의장 교체

네이버는 이사회를 '7인 체제'로 짰다. 전체의 과반인 4명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사내이사는 2명으로, 최수연 대표와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부사장)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회사를 창업한 이해진 GIO는 1999년 법인 출범 이래 등기이사직을 수행했으나 2018년 이사회 멤버에서 빠졌다.

창업자가 이사회에서 퇴진한 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이 영향을 끼쳤다. 2017년 하반기에 공정위는 개인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대목과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점을 근거로 이해진 창업자에게 '실질적 지배력'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사회에서 물러난 배경으로 당시 네이버는 'GIO 직무 전념'을 거론했지만, 재계에서는 총수에게 부과되는 법적 책무를 회피하려는 시도였다는 해석이 중론을 이뤘다.


과거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도 총괄했으나, 2017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았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변대규 회장은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으로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디지털 셋톱박스를 위시한 IT 장비 제조업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첨단기술 발굴에 매진하는 네이버와 정체성이 동일했다. 특히 벤처업계 사교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해진 창업자와 교류한 이력도 의장 선임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경력 다양성'을 확보한 구글과 달리, 네이버의 사외이사진은 학계 인사에 쏠렸다.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법과 상법에 능통한 전문가다. 이인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은행 자문위원으로도 활약하는 등 재무 분야 연구에 잔뼈가 굵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회계 영역의 식견이 탁월한 덕분에 금융위원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에서 활동한 경험이 두텁다.

◇'ESG위' 네이버, '포용성위' 구글

네이버는 이사회에 5개의 소위원회를 뒀다. △리더십&보상위 △리스크관리위 △ESG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감사위 등이 존재한다.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들은 적게는 2개, 많게는 모든 소위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사항을 심의한다.

리더십&보상위는 CEO를 필두로 최고 경영진의 성과를 검토해 적절한 인센티브 수준을 결정하는 데 업무 주안점을 맞췄다. ESG위는 재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가 부사한 흐름과 맞물려 2020년에 신설된 조직으로, 관련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거나 기후 변화에 대응한 전략을 짜는 권한을 행사한다.

리스크관리위의 전신은 '투명성위원회'로, 2020년 10월 이전까지 △대규모 내부 거래 △기부금 출연 △재단 설립 등을 심의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개편 후에는 재무, 인사, 법무 등 회사 운영 전반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검토하는 기능이 부여됐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이사회 산하에 4개 소위를 설치했다. △감사준법위(ACC) △리더십개발·포용성·보상위(LDICC) △임명·지배구조위(NCGC) △집행위(EC) 등의 라인업을 형성했다. 이사들은 각각 소위 한 곳에만 배정됐는데, 소위 상정 의안을 심의하는 중요성을 감안해 업무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취지가 녹아들었다.

소위 가운데 리더십개발·포용성·보상위는 네이버 리더십&보상위보다 광범위한 사안을 심의한다. 성과 평가와 인센티브 책정을 넘어 알파벳과 계열사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안건도 들여다본다. 세계 각지에서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만큼 성별·인종 등 인적자원 다양성을 증진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