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휴맥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휴맥스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셋톱박스 시장이 축소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올 들어 휴맥스는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전환사채(CB), 사모사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휴맥스는 최근 발행한 사모채의 조달금리가 9%까지 높아진 상태다. 최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투자부담 등으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휴맥스의 신용등급 및 아웃룩이 'BBB-, 부정적'까지 조정되면서 향후 등급 하향이 현실화될 경우 조달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 CB·CP·전단채 등 다양한 조달수단 강구…사모채 금리는 9%대까지 상승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휴맥스는 1.5년 만기로 5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발행일은 5월 16일이며 만기일은 내년 11월 15일이다. 발행주관사는 신영증권이며 표면이율은 9%다. 현재 휴맥스의 신용등급은 'BBB-'로 사실상 공모채 발행이 불가능하다.
휴맥스는 그간 사모채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조달을 해왔다. 휴맥스는 주기적으로 전단채와 CP, CB 등을 섞어서 시장성 조달을 한 것이다.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 규모는 1722억원이다. 다만 지난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휴맥스는 3개월 만기의 CP와 전단채를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각각 160억원, 20억원이었고 이자율은 8.5%였다. 비슷한 시기에 19회차 국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도 13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1%, 만기이자율은 3%였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조달금리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 5월 발행했던 사모채의 이자율은 5.12%였고 전단채 금리도 4%대였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수준이 올라갔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됐던 11월 사모채 금리는 9.5%까지 뛰었다.
지난해 12월에 발행한 18회차 CB의 경우 최근 발행한 CB에 비해 조건이 썩 좋지 않다. 총 200억원 규모로 발행했고 표면이자율 5%, 만기이자율은 9%였다. 전환가액은 8650원으로 당시 기준주가의 200%에 해당한다. 현 주가가 3600원대에 형성돼있는만큼 전환시점이 도래해도 주식전환이 쉽지 않다.
◇사업전환에도 쉽지 않은 수익성 개선…등급하향 가능성' 휴맥스는 1987년 만들어진 건인시스템에서 시작됐다. 1997년 사명을 휴맥스로 변경했고 2009년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 휴맥스홀딩스로 새출발했다. 현재 휴맥스의 최대주주는 휴맥스홀딩스로 34.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분할 후 휴맥스는 현재 셋톱박스, 자동차 전장, 디지털 솔루션 개발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휴맥스는 벤처 1세대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이기도 하다. 2010년 1조원 매출을 돌파한 후 2017년 연결 매출 1조6116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매출 규모는 꾸준히 감소했다. 2021년말 매출은 643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503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도 6895억원, 영업손실 53억원선이었다.
주력이었던 셋톱박스 사업은 유료방송 및 브로드밴드 사업의 성장과 연관이 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대되는 등 시장이 변화하면서 휴맥스의 성장성이 꺾인 것이다. 이 때문에 차량용 안테나, 모빌리티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휴맥스모빌리티에만 2500억원 넘게 투자했다. 다만 휴맥스모빌리티는 여전히 적자다. 이 때문에 휴맥스의 자금조달 역시 쉽지 않다. 현재 휴맥스의 유효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한국기업평가 한 곳으로 지난해 5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셋톱박스 부문의 영업실적과 모빌리티 성과 가시화 여부 등이 등급 평정의 핵심이라고 봤다. 또한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7배 초과 상태를 지속하면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 안정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022년말 순차입금은 2886억원, 에비타는 112억원으로 순차입금/EBITDA는 26.8배로 집계됐다. 이미 휴맥스가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것이다. 당장 등급이 조정되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