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인터넷 검색포털 사업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이사회가 심의한 안건 명칭에 등장한 키워드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난 3년 6개월간 표결한 116개 의안 중에서 '유상증자'를 제목에 기재한 안건이 10건을 기록하며 상위 단어에 올랐다. 스노우, 네이버랩스, 웹툰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를 겨냥한 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콘텐츠, 미래 신기술 개발, 앱서비스 등으로 계속 유동성을 투입하며 조력하는 양상이 이사회 의안에 드러나 있다.
◇3년6개월간 54회 소집, 결의사항 '출자' 포함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네이버는 54회에 걸쳐 이사회를 소집했다. 가장 많이 회의를 진행한 해가 2021년으로 23회 열었다. 당시 초저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시장 유동성이 급증한 덕분에 투자와 자금조달 소요가 많아졌고 자연스레 이사회 의사결정 역시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사회 개최 횟수는 2022년 14회, 2023년 12회로 점차 줄었고 올 1~6월에는 5회에 그쳤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네이버 이사회에 상정한 결의사항 의안은 116건이다. 2021년에 51건을 승인했고 2022년에는 25건, 지난해의 경우 26건을 표결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4건을 심의해 처리했다. 의안 명칭에 기재된 단어 빈도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12회), 유상증자·부여(10회), 자사주·처분·위원회·변경(9회) 순으로 많이 관찰됐다. 이외에도 지급·주식매수선택권(8회), 취소·출연(7회) 등의 키워드가 10위권에 들었다.
단연 눈길을 끄는 키워드가 상위 2위에 오른 '유상증자'다. 네이버는 이사회 운영규정을 통해 결의사항을 상세하게 적시했는데 제14조 4항에 따르면 출자금이 최근 사업연도 말 회사 자기자본의 0.025%를 웃도는 건에 표결 대상에 부합한다. 지분 보유 목적이 △회사 자본금 변경 △합병·분할 △영업·자산 양수도 등에 해당하는 동시에 피투자 상장법인의 전체 지분 중 5% 이상을 보유하는 사안 역시 이사회 처리를 요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몰두하는 만큼 사업을 수행하는 계열사나 제휴 관계를 맺은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중요성이 부각된 건 필연적이었다. 네이버 이사진은 2023년 사업보고서에 경영진단·분석 의견을 게재하면서 "인터넷 검색 포털 서비스를 기반으로 광고, 커머스, 핀테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웹툰, 제페토, 뮤직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반을 확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라고 기술했다.
이사회가 활발하게 증자 의제를 심의한 건 온라인 검색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자금 집행 노력은 재무제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별도기준 현금흐름표에서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 취득에 따른 현금 유출액은 2021년 이래 올 상반기까지 4조9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콘텐츠·R&D·앱서비스 지원, '투자' 명시 의안 6건 유상증자를 기재한 의안 10건을 살피면 네이버랩스와 스노우가 함께 명시된 안건이 각각 3건씩 집계됐다. 나머지 사안들은 네이버웹툰의 미국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 한정판 상품 개인간거래(C2C) 기업 크림, 일본 외식 배달 업체 데마에칸을 겨냥한 자본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랩스는 2017년에 네이버가 사내 연구조직을 분사하면서 출범한 자회사로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등 차세대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데 특화됐다. 네이버는 2021년 700억원, 2023년 1000억원 등 지난 3년여 동안 1700억원을 출자했다. 자금 지원에 힘입어 로봇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에 힘을 쏟는 촉매로 작용했다.
스노우를 둘러싼 유증 안건 심의는 2021년 2월(1200억원)과 2022년 2월(1500억원), 지난해 4월(50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사회 가결을 거쳐 총 3200억원 출자로 이어졌다. 스노우는 사진 편집 앱을 선보인 기업으로 올 상반기 말 기준 네이버가 지분 90%(173만8998주)를 소유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 자금 투입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2021년 상반기에 2040억원, 2022년 초에 3975억원 규모 증자 참여를 결정한 대목이 방증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로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율이 61.45%(7797만2606주)로 나타났다. 올 6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며 상장사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사업 외연을 지식재산권(IP)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유증에 국한하지 않고 '투자'를 명시한 의안도 6건 심의했다. 2022년 10월 당시 북미 권역의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사 포시마크 인수(1조8751억원)를 앞두고 '글로벌 커머스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안건을 상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콘텐츠 강화를 목적으로 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업체 왓패드 인수(6848억원), 엔터플랫폼 강화를 염두에 뒀던 위버스컴퍼니 출자(4119억원) 건도 네이버 이사회의 투자 안건에 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