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알파벳)이 이사회를 꾸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일까. 다양성이다. 소위 기득권(?)이라 여겨지는 '이성애자 백인 남성'으로만 채워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이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인 BSM(Board Skills Matrix)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이사진의 인종과 성별, 심지어는 성적소수자 여부를 BSM 지표로 넣어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구성을 보면 명확히 나타난다. 10명의 이사진 중 백인 남성은 4명이다. 여성은 총 2명으로 각각 백인 1명,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1명이다. 그 외 흑인 남성 1명과 아시아 남성 2명이 있다. 히스패닉계 남성은 1명으로 해당 이사는 이사회 내 유일한 성소수자기도 하다.
국내 검색 엔진 서비스인 네이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네이버는 이사회 BSM을 전문성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법률, 기업 경영, 재무, 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해관계자 대응 등이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글만큼 지표를 세분화하고 있지는 않다. 성별과 연령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사업 전략 차이에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에 사업 전략이 맞춰져 있는 네이버와 달리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진의 인종통계학적 구성도 다채롭게 꾸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양성은 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일례로 올 초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가 다양성 논란에 휩싸이자 이미지 생성 기능을 중단하기도 했다. 제미나이가 유색인종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백인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이사회 구성은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입맛을 관통할 수 있는 이사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해외 진출을 외치면서 학계 또는 관(官) 중심으로만 이사회를 꾸리는 기업들이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전문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어려우면 모두 어그러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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