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네이버는 4조원 넘는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을 굴리는 것과 동시에 4조원에 육박하는 펀드, 채권, 우선주 등 다양한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운용과 별도로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엑셀러레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투자수익보다 네이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어떻게 내재화할지 다각도로 분석하며 전략적인 투자를 추진한다. 투자한 기업과의 비즈니스 연계 또는 흡수 합병하는 형태로 사업적 시너지와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IT·플랫폼 스타트업
네이버의 연결기준 1분기 현금성자산은 3조2373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조4891억원이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금융자산이 4조원이 넘는다. 다만 이 가운데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1조5000억원도 포함돼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현금은 이커머스 사업의 결제대금으로 묶인 돈인 점을 감안하면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인 1조4492억원이 실질적인 가용 유동성이다.
네이버는 이 밖에도 연결기준 2조6777억원의 유동·비유동 당기순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과 1조3035억원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 당기순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의 면면을 살펴보며 1조5022억원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 등 복합금융상품, 5118억원이 수익증권(펀드), 6262억원이 채무증권(채권 등)이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의 경우 대부분이 지분상품이다.
RCPS, CB, 채권, 펀드, 지분 등 보유한 금융자산이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다. 세부적인 내역을 보면 NAVER-KTB 오디오콘텐츠 전문투자조합, 스프링캠프 초기전문 투자조합, 네이버-퀀텀콘텐츠1호펀드 등 유망 창업기업이나 콘텐츠 등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형태가 많다. 또 RCPS나 CB는 스타트업 투자에 자주 쓰이는 수단이다.
이는 네이버의 유망 스타트업 육성과 IT 생태계 구축의 일환이다. 네이버는 사내 엑셀러레이터 조직인 D2SF 등을 활용해 유망기업 발굴 및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외부 스타트업을 통한 신기술 확보와 사업적 시너지가 목적이다. 네이버의 타법인출자 전체 건수 중 70% 이상이 스타트업 관련 직·간접 투자건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IT와 플랫폼 스타트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기술 확보와 사업적 시너지 '우선', 투자수익은 덤
네이버는 내부 역량만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외부기업 투자를 통해 개발한다는 방식이다. 반대로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 내 평판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 상용화 테스트베드 역할로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등 자체 기술을 스타트업에도 사용하게 하고 있다. 현재 클로바 스튜디오 등 하이퍼클로바를 사용하는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수는 700개 이상이다. 투자하는 스타트업과의 교류를 넓혀 자체 플랫폼과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이는 네이버의 초창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황인준 라인야후 사장을 비롯해 전대 CFO인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사장, 현 김남선 CFO로 꾸준히 이어지는 기조다. 특정 CFO의 성향이 아닌 그룹 차원의 정책이다.
D2SF 투자기업 가운데 70%는 네이버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간 수백여개 팀을 검토해 네이버 사내 사업부와 연결하는 작업을 거친다. 30여개 조직에서 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선 네이버가 인수합병(M&A)한 기업도 있다. 머신러닝 기반 동영상 분석업체인 비닷두(V.DO)는 네이버에 인수된 후 '웹툰 AI 페인터(Webtoon AI Painter)'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7년 인수한 챗봇 및 대화엔진 개발업체 컴퍼니AI는 네이버클라우드 소속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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