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신뢰성은 달라진다. 주요 기업설명회(IR)에 대표이사(CEO)를 포함한 C레벨 임원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IR팀을 이끄는 최용호 팀장은 본인 저서인 'IR은 어떻게 기업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간단한 분기 실적에 대한 발표는 CFO나 IR 부서에서 담당하면 좋을 것이다. 연간 가이던스를 발표하거나 기업의 중대한 미래를 결정하는 일은 CEO가 직접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표가 직접 나서는 실적발표 IR...Q&A 6년치 사후 공개
이런 점에서 카카오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적발표 IR에도 대표가 직접 참석해 메인 스피커로 나서고 시장 관계자들과도 직접 소통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시장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Q&A) 약 6년치를 IR에 참석 못한 투자자들도 들을 수 있도록 사후 공개하고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발화자 자리에 대표를 앉히고 정보 공개 범위가 넓은 건 카카오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IR을 기준으로 2016년과 2017년에 임지훈 대표가 참석했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여민수 대표가 참석했다. 해당 IR에서 이뤄진 질의응답도 음성으로 다시 들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여 대표가 임기 연장을 포기하고 남궁훈 대표가 내정된 데 이어 7월 홍은택 대표가 추가로 선임되며 각자 대표 체제가 된 뒤에도 대표의 실적발표 IR 참석은 계속됐다. 다만 지난해 10월 경기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남궁 대표가 사임한 이후엔 홍 대표가 배턴을 이어받아 발표와 질의응답을 맡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IR에 이어 이달 10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IR에 참석해 '사업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시장 관계자들의 질의에 답하며 약 1시간 가량의 IR을 이끌었다. 홍 대표 옆에는 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이 배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초 IR을 기획할 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서 CEO와 CFO, CTO(최고기술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걸 참고했다"며 "우리는 현재 CEO와 공동체투자총괄(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은택 대표 "카카오톡,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카카오 실적발표 IR의 첫 번째 순서인 사업 성과 발표에서 홍 대표는 지금의 카카오를 있게 한 카카오톡의 성장성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홍 대표와 카카오는 시장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 카카오톡의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한 셈이다.
홍 대표는 "그간 카카오톡은 채팅이라는 강력한 트래픽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다"며 "채팅 쪽에서 만들어지는 메시지 수·발신 트래픽은 이미 양적으로 충분히 성장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카카오톡이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많이 남아 있고 그에 따라 트래픽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카카오톡은 여전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평균 MAU는 4777만명이다. 전분기 대비 14만명, 전년동기 대비 74만명 증가한 수준이다. 단 지난해 4분기 국외 평균 MAU는 57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로도, 전년동기 대비로도 감소했다.
홍 대표는 "올해 카카오톡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채팅 탭으로 묶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세분화하고 각 대화의 대상과 관계에 맞는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형식을 제공해 카카오톡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질문부터 등장한 'SM엔터와 시너지'
사업 성과 발표, 그리고 투자와 재무 성과(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 발표)에 대한 설명에 이어 마지막으로 시장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 순서가 진행됐다.
이번 실적발표 IR이 있기 사흘 전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4.91%와 105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9.05%를 보유하게 된다. 2대주주로 올라서는 규모다. 이런 까닭에 첫 번째 질의부터 'SM엔터와의 시너지는?'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선 배 총괄이 답했다.
배 총괄은 "각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음원 IP 등)과 카카오의 유통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음원 유통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카카오웹툰과 웹소설, 캐릭터 굿즈 사업을 활용해 SM IP의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가 건립 중인 국내 최초 음악공연 아레나(서울아레나)에서 SM엔터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를 진행해 국내 팬들에게 글로벌 수준의 콘서트 경험을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다섯 개 질문에서 SM엔터 투자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 카카오톡 개편 작업과 인공지능(AI) 사업 전략, 비용 효율성 제고 등에 대한 질의였다. 오히려 시장 관계자들은 실적발표 IR이 있고 4일이 지난 현재 SM엔터와의 사업 협력이 유효한지도 궁금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이 하이브가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고, 추가로 지분 2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럼에도 카카오와 SM엔터의 사업 협력은 유효하다"며 "지난 실적발표 IR 때 답한 것과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