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주식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40%가량을 확보키로 결정하면서 카카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인수주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조 단위 투자를 끌어온 만큼 반격의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카카오 측의 맞불 작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애초 유상증자 참여 때 경영권 참여 목적이 없다고 명시하면 이를 뒤집는 게 명분상 쉽지 않다. 또 공개매수를 공식화한다면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명분을 주는 격이 된다.
◇카카오, 맞불 공개매수 나설 가능성은?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 18.46% 가운데 14.8%를 주당 12만원에 취득키로 했다. 나머지 3%가량엔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해 기업결합 승인 이후 곧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분을 전액 인수하지 않는 이유는 최대주주 지분을 전량 인수하게 될 경우 사전기업결합 신고대상이 되는 까닭에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동시 공개매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주주에 대해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했다. 최대 25% 지분을 목표로 이 전 총괄과 마찬가지인 주당 12만원을 제시했다. 풋옵션을 제외한 공개매수 후 지분은 최대 39.8%, 여기에 더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계열사 드림메이커와 SM브랜드마케팅의 지분도 매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자 카카오 측의 반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선 SM엔터테인먼트와 강력한 제휴관계를 맺고 사업 시너지와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카카오 그룹 내에서 주요 상장(IPO) 후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선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란 타이밍을 놓칠 경우 다시 이런 기회를 잡기 어려운 처지다.
반대로 하이브는 국내 유일 코스피 상장 엔터테인먼트로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몸값을 키워 IPO 시장에 들어올 경우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만큼 선수를 뺏겨선 안 되는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인수는 하이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1조1000억원 넘는 자금을 베팅한 이유다.
◇공개매수 나설 돈 있어도 명분 취약해시장에선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맞불 놓기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조 단위 투자금을 유치해 재무적 여력은 있지만 명분이 약하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인수를 결정할 때 경영권 참여 목적이 없다고 명시했다.
이제 와서 추가 매수를 통해 대주주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기존의 목적을 뒤집는 것인 만큼 명분상 쉽지 않다. 또 유증 가격에 프리미엄이 거의 없었기에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희석시키면서 2대 주주로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매수를 공식화한다면 이 전 총괄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오히려 명분을 주는 꼴이 된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과의 합의를 통해 라이크기획의 일몰 조항도 대승적 관점에서 로열티를 수령하지 않기로 했다. 드림메이커와 SMBM까지 인수키로 하면서 지배구조 문제점을 대부분 해소한 점도 카카오와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명분을 희석시켰다. 누가 인수해도 지배구조 문제는 해소되는 만큼 주주들은 명분보다 실리를 더 따지게 됐다. 카카오로선 하이브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해야 한다.
분기점은 내달 6일 이전까지다. 이날이 카카오의 유증 납입일인 동시에 하이브의 공개매수 납입일이다. 즉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지분 전쟁에 뛰어들 경우 이전에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